“모두에게 기회냐 답 없는 투쟁의 시작이냐”, “미수련자 구제방안, 치과계 합의에 달려” 치의신보를 비롯하여 최근 치과전문지를 보면 단연 치과전문의제도가 화두이다. 작년 5월 의료법 77조 3항의 위헌판결 이후 전문의제도 개선 공청회 등 많은 논의를 접해왔고, 오는 30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전문의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낸다고 한다. 전문의문제는 나와 같이 치과계에 발을 디딘지 얼마 안 되는 젊은 치과의사들에게 더 절박하고 현실적인 문제이다. 치과계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분들에게 전문의제도에 대해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첫째, 전문의 문제는 50대 이상의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개원의보다는 30대 젊은 치과의사들이나 치과대학, 치과전문대학원을 졸업하게 될 후배들에게 훨씬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지역 치과의사 모임이나 동창회 모임에 가서 전문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이제 와서 전문의 시험 공부할 시간도 없고, 시험 칠 자신도 없다” 면서 기수련자던 미수련자던 50대 이상 선배들은 대부분 관심이 없다. 심지어 “그냥 전문의 제도를 바꿔서 번거롭게 하지 말고 지금 이대로 두면 좋겠다”라는 무책임한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점점 혼탁해지는 치과시장에서 자리를 잡아나가야 할 30대~40대 개원의들이야말로 전문의 문제에 당사자로 더 절박할 수밖에 없다.
둘째, 더 이상 실현 불가능한 공염불만을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졸업생 기준 8% 전문의를 이야기하더니, 이제 와서 수련병원을 줄여서 20%로 만들면 된다고 한다. 그동안에 소수전문의를 만들려는 노력이 무위로 돌아갔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면서 다시 숫자놀음을 하고 있다. 소수냐 다수냐 논의를 하지만, 아무리 다수가 되어도 49% 미만이면 소수인 셈이다.
“보건복지부에서도 77조 3항이 위헌이 아닐 수 있다는 내부문건이 있으니 77조 3항에 합헌 가능성에 대해 좀 더 기다려봐야한다“는 전문지 기사를 아직도 기억한다. 77조 3항이 위헌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던 사람들이 이제 또 다른 방법을 만들면 된다고 하는 것에 일종의 배신감마저 느낀다. 77조 3항이 위헌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실적인 대책이나 방안은 마련하지 않고 시간만 허비한 것을 더 이상 되풀이 하지 않아야 한다.
셋째, 미수련 개원의들을 위한 대비책을 꼭 마련하여야 한다. 임시총회에서 또다시 현행유지를 선택할 경우 정부안대로 기수련자까지만 경과조치를 부여하는 정책을 강행할 것이고, 미수련자들은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전문의제도가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한다고 한다. 따라서 신설과목을 만들어서 기수련자들 뿐만 아니라 미수련자들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만들어주기를 꼭 부탁드린다.
특히 신설과목은 많은 분들이 반대하는 통합치과나 가정치의가 아닌 경쟁력 있는 전문과목이 되어야 한다. 지금도 “일산 최초 보건복지부인증 교정전문의”라고 광고하는 이들이 환자들에게 “통합치과전문의는 전문의가 아니라 구제책으로 이름만 같다 붙인 것이다”라고 홍보할 수 있다.
또한 신설과목을 만들 경우 졸업연차에 따라서 교육시간을 경감하거나 시험을 면제하는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통합치과를 반대하는 많은 치과의사들이 결국 허사로 돌아갔던 협회의 AGD교육을 이야기하는 것을 알고 있다. 모두에게 공정하게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전문의 문제에 대해 다수개방이냐 소수정예냐 같은 추상적인 문제만을 두고 반복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어주는 것이 치과계의 정책을 집행하고 결정하는 선배 치과의사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넷째, 후배들의 관점에서도 홍보가 필요하다. 전문의제도를 개선하면서 현재 35%에 머물러있는 수련기회를 확대하는 등 치과대학, 치전원을 다니는 후배 치과의사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들었다. 공청회에서도 치과대학, 치전원 대표가 나와서 학생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하였고, 제도개선위원회에도 위원으로 참석하여 의견을 반영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난 99년도 전문의사태와 같이 학생들이 기회와 선택에 있어 배제되지는 않다는 점을 분명히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섯째, 국가적 관점에서 생각하자. 큰 틀에 있어 시대의 흐름에 맞는 임플란트과와 같은 전문과목의 실시 및 전문의 숫자의 증가는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내수의료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우리 후배들이나 젊은 개원의들이 국가로부터 일정 자격을 인정받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주말에 200시간 교육을 받게 되면 치과의사들이 경제적, 시간적으로 후배 치과의사들에게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신설과목을 반대한다”는 배려 깊은 선배치과의사의 이야기도 신문에서 보았다. 현재도 미수련 치과의사들은 임상관련 교육을 사설 세미나를 통해서 배우고 있으며 주말뿐만 아니라 진료가 끝난 평일 저녁에도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특히 임플란트는 임상교육을 주관하는 곳이 대부분 임플란트 업체여서, 결국 그 임플란트 연수회에서 교육을 받으면 해당 업체 임플란트에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주말에 200시간 교육이 후배들에게 부담이 된다고 생각하면, 졸업 4년 치과의사들에게는 교육비 50%, 7년까지는 30% 감액을 해주는 방안을 제안 드린다.
젊은 치과의사들이 개원해서 자리를 잡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기성 치과의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기득권 때문이라는 불평불만이 젊은 세대들에게 만연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문의 문제 역시 50대 이상 개원의 선배들 보다는 30대 젊은 치과의사 나아가 치과대학, 치전원을 다니고 있는 후배 치과의사들을 위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과의사회의 역할은 바로 치과계 전체의 고통을 분담해주고 세대 간의 격차를 줄이는 데 있다고 본다.
‘신설과목 경과조치’가 통과된다면 국민과 국가 전체적인 이익은 물론이고 치과의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수련 치과의사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전문의 제도 결정에 있어서 젊은 치과의사들의 목소리도 귀 기울여주기를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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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철 원장 (일산 백석서울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