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던 지난날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사람은 결국 옳건 그르건 자기 방식대로의 생을 살게 마련이니까요. 난 아직 마흔 넷이고, 저 굳게 닫힌 캄캄한 문 뒤에는 어떤 모습일는지 모르지만 내 미래가 있다는 걸 알아요. 좀 무섭긴 하지만...... 결국 내 손으로 저 문을 열고 들어가야겠죠. 어쨌든 나한테 주어진 내 삶이니까요
이번에 연사모의 “위기의 여자”라는 연극은 중년 여성에게 있을 수 있는 남편의 외도로 인해 정신적으로 방황하고 괴로워하다가 자아에 눈을 떠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기존의 사회 인식에 길들어져 온 여자라면 분명 이런 문제에 대해 모니끄(극중 여 주인공)처럼 소극적이고 도피적인 생각밖에 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자신이 갖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 중요하다.
이 글 마지막에서 과연 ‘내’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를 짐작할 수 있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절대로 시간과 생명을 정지시키는 것이다.』
인형의 집에서 “로라”는 자신만의 공간 인형의 집을 깨고 나갔다. 하지만 ‘모니끄’는 되돌아와 정신적 위기를 느끼면서도 자신의 자의식을 싹트이게 한다. 실존주의 철학자인 시몬 보봐르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이번 연사모 4회 정기 공연으로 올려진 작품의 내용이다.
복잡한 여성의 내면의 세계를 짧은 연습기간(내가 알기론 도중에 작품이 바뀌는 이유로 충분한 연습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임에도 불구하고 극에 빠져들게 한 모니끄 역의 차가현의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참 좋은 연기자임을 인정한다. 연극에선 한 사람만의 능력으론 절대로 성공할 수가 없다. 아무리 대사가 적어도 설사 없다하더라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에 무대에 서는 것이다.
연사모 배우 모두가 일단 무대에 서면 모두가 진지하게 자신이 주인공인 듯 극에 몰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런 점이 연사모의 1999년에 이어 지속적으로 작품을 올리는 원동력인가 보다.
사실 첫해에 올려진 극을 보고 다음해에도 또 그 다음해에도 계속 막이 오를 것인가 사실 의심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기우였음을 시인한다.
단지 몇가지 다음 무대를 위해 하고픈 말이 있다. 이번 공연은 무대의 특성상(무대 자체가 천장이 높고 너무 산만한 공간임을 감안할 때) 상징적 무대 구성보다는 오히려 풀세트 무대가 좀더 관객에게 깊은 맛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고, 극 자체가 인간의 내면세계의 연기에 맞추어 졌지만 오히려 사실주의에 가까운 극이기에 배우의 등 퇴장도 좀 더 짜임새 있게 설정을 해서 관객의 혼동을 줄여주고 또 이왕이면 조명도 생동감 있으며 사실적으로 디자인해서 보는 사람의 눈을 지루하지 않게 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러나 무대 뒤의 황량한 공간을 버티칼 브라인드를 사용해서 무대 앞으로 끌어오는 등 전반적으로 연출가의 능력이 돋보인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속 무대를 올릴 연사모 에게 하고픈 말은 이렇게 열심히 연습하고 좋은 작품을 준비한 무대를 서울에 있는 사람들만 보기엔 너무 아까운 면이 있다.
그래서 이왕이면 지방치과의사들이 서울에 올라 올 수 있는 기간 즉, 6월경에 치과인 행사에 맞추어 올리면 좀더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다시 한번 열심히 준비한 연사모 여러분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