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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수필(877)>
베이비 지저스
김범수 / UCLA 치과과정수료

크리스마스는 예수님 생일 "베이비 지저스는 지금 어디 있나요?" 네 살짜리 딸아이가 낮잠을 자고 있다. 바람 없이 포근하고 나른한 어느 오후, 아침나절에 한 교회의 어린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가 거기서 얻은 빨간 풍선을 손에 쥔 채로 아이는 달콤한 잠에 빠지고, 아빠는 아이 곁에서 바쁘기 만한 12월의 서류들을 정리한다. 어느결엔지 컴퓨터가 내는 기계음에 아이가 눈을 뜨더니 손에 쥔 풍선을 확인하고는 행복한 얼굴이 된다. “아빠! 풍선을 꼭 잡아야지? 꼭 안 잡으면 하늘로 올라가지?” “그럼.” “하늘로 올라올라 가면 그 다음엔 어디로 가요”? “(당황한 아빠의 대답)어디로 갈까?” “하늘나라” “그래, 잘 아는구나(휴우).” “아빠! 풍선이 올라올라 가면 하나님 생일이야?” 아이가 네 살이 되면서 이거저것 질문이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하나님에 대한 질문이 부쩍 늘어났다. 한 번은 이런 대화도 나누었다. “아빠! 나는 하나님이 만드셨지?” “그럼.” “아빠는 누가 만드셨어?” “아빠도 하나님이.” “나는 아빠랑 똑같이 생겼댔지?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지, 그렇지?” “그래, 맞다.” “아빠! 하나님은 어떻게 생겼어?” 내가 아는 형이상학적 이야기를 아이의 언어로 바꾸어 설명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차라리 잇몸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과 치아 이식의 미래에 관해 리포트를 쓰는 게 훨씬 수월하리라. 12월에 접어들면서 아이는 크리스천 프리스쿨에 다니는 학생답게 크리스마스와 베이비 지저스에 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아빠! 오늘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노래 불렀어요.” “그래? 아빠한테 하나 들려주렴.” “음. 음 ......(어떤 곡을 고를까 잠시 생각한 뒤 귀에 익은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기 시작한다. 우리 말로 해석을 하자면)동방 박사 세 사람 그 이상한 별빛을 따라가 보니 오! 우리의 구세주 베이비 지저스, 누우실한한 자리도 없이, 외양간 짚더미에 누우셨네.” “박수! 참 잘했다. 크리스마스가 무슨 날인지도 배웠니?” “베이비 지저스 생일날! 해피 버스데이 투 유!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아빠, 예수님은, 지금 몇 살이에요?” 며칠 전에는 아이를 데리고 과일 케이크를 사러 갔었다. 그 동안 고마웠던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여러 개의 케이크를 맞추었다가 찾으러 가는데 마침 아이와 같이 가게 되었다. 케이크는 누구 생일에만 먹는 걸로 알고 있던 아이가 내게 물었다. “아빠, 오늘 누구 생일이이에요?” “음? 생일? 어어, 크리스마스라서.......” “오우, 예수님 생일!” 케이크 상자를 포장하는 동안 내내 가만히 지켜보던 아이가 마지막 상자의 포장이 끝나자 내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일러주었다. “아빠, 촛불!” 아가씨가 싸주는 대로 한 움큼의 초를 받아 가지고 나오니 거리에 지나는 사람들마다 선물 상자 같은 것들을 한아름씩 들고서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우리도 집에 돌아와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우선 케이크 상자를 내려놓는데 다시 아이가 물었다. “아빠! 베이비 지저스는 지금 어디 있어요?” 나는 그 대답을 아이의 말로 설명 해주지 못했다. 그 대신 아이와 약속했다. 이번 주 말에 따뜻한 음식과 선물을 가지고 거리의 홈리스 피플을 찾아가 나누어주기로, 그리고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고 언젠가 하늘나라에 갈때까지“지금 예수님은 바로 여기 내 옆에 계시다”라고 믿으며 살아가기를....... 김범수 / UCLA 치과과정수료 현재 LA에서 개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