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에도
만족할 줄 알고
기쁨ㅇㄹ 느낄 수 있는
겸허하고 낙천적인
삶을 살아가길...
연중에는 많은 국경일이 있다. 그 중에서 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은 기독교인은 물론 일반 무신론자들까지도 함께 경축하는 세계적인 명절중의 하나이다.
요즘은 기독교 행사와는 상관이 없는 불교계에서도 성탄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날이 가까워지면 예수님 말고도 꼭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산타 클로스이다.
모든 어린이들의 우상이고 성인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을 안겨주는 산타클로스의 유래는 AD 4C초 소아시아지방 미라의 성직자였던 성 니콜라스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그가 살았을 때는 어린이들을 돌보았다는 전설이 있으며 사후에는 아이들과 항해자의 수호 성인이 되었다는 말이 있다.
이후 성 니콜라스의 전설은 노르만족에 의해 가난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풍습으로 정착되었다. 17C에 이르러 미국에로 전해지고 이때부터 산타클로스라는 영어식 이름이 생겨나게 되었다.
나에게도 어린 시절 한때 산타가 우상으로 머무른 때가 있었다.
‘산타는 굴뚝을 타고 집안에 들어온다는데 우리 집은 굴뚝이 작아서 못 오시면 어쩌나?’ 혼자서 걱정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산타할아버지가 나에게 다녀 가실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설레임 속에 잠이 들고 깨어나면 맨 먼저 머리맡을 살펴보곤 했었다.
교회도 열심히 다니지 못했고 착한 일 한 것도 별로 없어서 당연하다고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인간에게는 보상심리(報償心理)라는 게 있다. 지금은 자녀 셋 모두 성숙해서 산타할아버지의 직에서 은퇴한지 오래지만 적어도 막내가 유치원 다닐 무렵까지는 산타 노릇을 성실히 수행하였다.
내가 받아보지 못한 산타의 선물을 자녀들이 받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고자 하는 보상심리가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매년 성탄절이 다가오면 그때마다 평소 좋아하고 갖고 싶어하는 것들을 준비해서 곱게 포장해 두었다가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아파트 창틀에 매달아 놓는다.
아파트는 달리 둘만한 곳이 없다. 다음날 애들이 잠에서 깨어나면 시침을 때고 함께 선물을 찾는 시늉을 하곤 했다. 중학생이 된 막내아들을 위한 마지막 산타할아버지가 되었을 때의 일이다.
5번째 맞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로보캅 인형으로 정했다. 그 무렵 로봇 종류라면 크기나 형태에 관계없이 무조건 좋아하던 아들에게 한 손에 총을 들고 늠름하게 걷는 로봇 경찰은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착한 아이에게만 산타할아버지가 로보캅을 선물해 주신다더라고 퍼뜨린 유언비어 덕택에 아들은 투정을 부리다가도 로보캅 얘기만 나오면 멈추고, 울다가도 뚝 그쳤다.
드디어 성탄절 날 아침이 되었다. 여기 저기 창문 여닫는 소리와 통통거리며 돌아다니는 아들의 발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었다. 어제 밤 부부동반 모임에 참석하고 늦게 귀가하게 되어 일찍 일어나는 대로 베란다 창문에 선물상자를 매달아 두려고 했는데, 아차! 산타할아버지가 그만 늦잠을 자고 만 것이다.
앞뒤 베란다는 물론 방마다 창문이 열려져 있었다. “내 선물은 없어!” 거의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혼잣말처럼 뇌까렸다.
“그러니까 엄마 아빠 말씀 잘 듣고 누나와도 사이좋게 지냈어야지 올해는 산타가 그냥 가버리셨나 보다.”
한술 더 거드는 아내의 말에 더욱 기가 죽은 아들. 마음속으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자기 방 침대에 우두커니 걸터앉아 있는 아들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꼬옥 안아주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큰애와 아내는 아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노력하고 그사이 나는 준비해 두었던 선물상자를 베란다 한쪽 켠에 급히 매달았다.
그런 후 다시 한번 함께 찾아보자며 자연스럽게 분위기 연출을 시도했다. 일부러 외진 곳에 두었지만 앙증맞게 매달려 있는 선물 상자를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들은 숨돌릴 겨를도 없이 단숨에 포장을 뜯었다. 그토록 갖고 싶어하던 로보캅을 손에 들고 한동안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별로 비싸지도 않은 장난감에 불과 하지만 마치 온 세상을 다 얻은 양 행복에 겨워하는 아들의 표정에서 나는 날개 없는 천사를 보았다. 그리고 기원했다. 후일 성인이 되어서도 지금처럼 작은 일에도 만족할 줄 알고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겸허하고 낙천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주기를....
이제는 애들이 커버려서 예전처럼 산타 노릇을 해줄 수 없어 조금은 서운하다. 그러나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다시 산타가 되어 보려고 한다. 세 아이만을 위한 산타가 아닌, 더 많은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산타가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