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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치과의사는 의사가 아니다?

기자수첩

자주 그랬지만, 현재 의료계는 삼국지의 군웅할거를 방불케 한다. 의료법과 면허제도가 구획 지은 각자의 영토는 적이 넘볼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그래서 영토를 지키고, 확장하겠다는 의지는 때때로 의도치 않은 국지전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전면전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의협과 한의협 사이에서 지난하게 전개되고 있는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보톡스 문제’ 등이 현재의 전황이다.

의료 삼국지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는 10만 대군을 보유한 ‘의협’이다. 의료계의 맏형을 자처하는 의협은 늘 자신에 차있다. 지난 15일 의협회관에서 진행된 보톡스 관련 기자회견은 의협의 유아독존과 패권의식을 재차 확인하는 자리였다. 결정판은 한 성형외과학회 측 참석자의 발언이었다. 그대로 옮겨본다.

“이 (보톡스)문제는 상식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대법원에까지 올라와 있고 공개변론까지 진행돼 당황스럽다. (시중에서) 치과의사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 하지만 의사는 메디컬 닥터를 칭하는 용어인데, 동양권에서 치과의사라는 용어를 쓰게 되면서 의식 속에 치과의사=의사라는 구별이 모두의 의식 속에 성립돼 있다.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하는데, (중략) 심지어는 의사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 혼돈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발언하지는 않았지만, 치과의사는 의사가 아니므로 ‘치과의사’라는 직명에서 ‘의사’를 빼야 마땅하다는 식으로 이해하기 쉬운 멘트였다. 이어지는 발언도 가관이다.
“이런 만성적인 불법이 (치과계에서) 자행돼 왔다. 그러니까 여기에 대해서 익숙해지게 되는 건데, 이 문제는 국가기관이 그동안 묵인하고, 처벌하지 못한 관행을 용인할 것인지 이제는 정의 실현할 것인지…”

이 참석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런 문장이 가능할 것이다. ‘의사도 아닌 덴티스트들이 음지에서 불법을 자행하던 상황을 이제는 끝장 내보자!’

싸움에도 격이 있다. 상대의 존재를 뭉개고, 불법 집단으로 모는 발언은 공식석상에 어울리는 말도 아니고, 전문직업인의 격에도 어긋난다. 이날 기자회견의 참석자들은 “대법원 변론 당시 치과의사 측이 잘못된 정보로 (국민과 대법관의) 눈과 귀를 현혹했다”는 발언을 예사로 했다.

진위는 대법원이 가려줄 것이다. 다만 그것과 별개로 의협 측이 기저에 깔고 있는 ‘패권의식’을 걷어내지 않는다면, 이는 두고두고 의료계의 화합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될 것이다. 100만 대군의 자부심을 등에 업은 조조가 적벽에서 대패한 것도 ‘오만함’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