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독일에서 몇 년간 유학하는 동안 그곳 사람들에게 한국사람 하면 외형에서 무엇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가 하고 물어 본 적이 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은 Schlitz auge 라고 해서 옆으로 길게 찢어진 눈을 그 첫번째 인상에 남는 특징으로 뽑았다.
그런데 같은 아시아 국가 중 이웃한 일본인들에게 여러 인물사진들 중에서 한국인다운 얼굴을 고르라고 주문하면 주로 턱이 큰 특징을 단서로 삼는다고 한다. 물론 한국인 중에도 턱이 작은 사람이 있고 일본인 중에도 그 반대의 경우도 있겠지만 한국인에서 턱이 큰 사람의 비율이 조금이나마 높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실제로 어떤 조사에 의하면 코밑에서 턱 밑까지의 수직거리가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약 2mm정도 더길고 좌우 폭도 더 길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큰 턱이 눈에 익숙한 탓에 일반적으로 턱이 둥글고 큰 형을 미인으로 여겼다. 부잣집 맏며느리형이란 턱을 기준으로 본다면 턱이 큰 형이 미인이다. 어른스럽고 후덕한 인상을준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큰 턱이 아름다운 턱이 아니다. 세계가 서구화 국제화되면서 미에 대한 기준도 달라져 이미 오래전부터 시원한 눈매 오똑한 코를 동경하여 쌍거풀 수술, 코 높이기 수술 등 비교적 국소마취하에서 간단히 시술이 가능한 수술이 성황을 이루다가 최근에는 전신마취와 수술의 안정성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가 증가하고 미에 대한 욕구가 보다 적극적으로 변함에 따라 예전에는 윗니와 아랫니가 맞지 않아 음식을 잘 씹을 수 없을 정도로 턱이 튀어나온 경우처럼 턱의 저작기능에 장애를 동반한 턱 모양 이상을 고치는 수술이 많았으나 이제는 연세 드신 분이 보기에는 멀쩡하고 예쁜 턱인데도(음식 씹는데 아무 이상이 없는) 턱이 각진 것(사각턱)을 없애달라고 또는 턱을 작게 깍아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환자들이 어른스럽고 후덕한 인상을 주는 크고 둥근 귀엽고 앳된 인상을 주는 갸름하고 작은 턱을 원하는 것이다.
실제로 각진 턱을 깍고 작게 만들면 귀엽고 깜찍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시부모를 모시고 살기를 원하는 맏며느리를 찾기 힘든 현실에서 어른스럽고 후덕한 인상을 주는 둥글고 큰 턱이 인기가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일전에 어느 학회에서 턱을 작게 한 수술증례 보고를 두고 얼마나 턱을 작게 만들었는지 그게 개턱이지 사람턱이냐고 하여 논란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마도 이렇게 이의를 제기하신 분은 턱의 미에 대한 기준이 전통적인 기준에 머문 연세 드신 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아마도 조상들이 요즈음 신세대 여자들의 턱을 본다면 부잣집 맏며느리 상이 가득했던 이땅에 웬 가난한 집 막내며느리들이 저리 많아졌는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최진영 /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턱얼굴(악안면)외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