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유수와 같다더니 필자도 올해 회갑을 맞이하여 다른 연도보다 감회가 새로웠다. 조부께서 20대 초반에, 부친은 20대 중반에 결혼을 하신 관계로 초등학교 6학년때 조부의 회갑연을 기억하고 있다. 1970년대 남자는 58.7세, 여자는 65.8세 평균 62.3세로 길지 않던 시기에 회갑연은 친인척 동네 분들을 모시고 잔치를 한 제법 큰 가정의 대사였다. 시대의 흐름으로 이제 회갑은 큰 의미가 쇠락한 가정의 소사가 되었다. 근래에는 칠순, 팔순연도 잘 안하는 분위기로 올해 가족과 함께 식사와 여행으로 대신 했다. 관혼상제가 예전보다 본래의 모습이 많이 퇴색되기는 했지만 비교적 간편하면서 합리적이고 실용화 되어 가고 있다. 요즘은 결혼 평균 연령이 증가하여 여성은 30세 전후로 남성은 35세 전후로 결혼을 하는 것 같다. 몇 년 사이에 친구나 지인 자녀들의 결혼 안내 문자를 자주 받는다. 과거 청첩장으로 미리 한 달 전에 알렸던 절차는 없어지고 문자나 카톡으로 결혼 안내 내용을 받게 된다. 안내된 내용을 살펴보면 선남선녀가 정장과 웨딩드레스를 입고 멋진 포즈를 취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마음 전하는 곳”이라 하여 신랑, 신부, 혼주의 입금계좌가 각각 따로 따로
일본식 조어(造語) 냄새가 물씬한 관광이라는 낱말을, 볼 관자에 빛 광자로 풀어(觀光), ‘빛을 보다(See the light!)’라는 재미있는 직역(直譯)도 있다. 6·25 전쟁의 폐허 속에 세계 제일로 가난했던 우리들에게, 해외관광은 사치요 ‘김찬삼의 세계여행’은 그저 꿈이었다. 80년대 초 5공 때 해외여행 자유화가 선포되었지만, 국제정세와 주머니 형편으로 대부분 국민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배낭을 메고 당당하게 나서는 MZ 세대와 달리, 여행에 서투른 꼰대들이 패키지여행에 매달리는 이유다. 필자가 나이아가라 폭포를 처음 본 것도 1987년 교정학회, 캐나다 쪽은 1996년 Roth/ Willimams 학회 끝에 딸린 패키지였다. 보면 볼수록 젊어진다는 “나이야 가라(Age, go away)!”라는 가이드의 설명에 폭소가 터졌던 게 생각난다. 환갑기념 마추픽추 여행에서 만난 이구아수 폭포는 그 광대한 크기와 수량에 감탄 불금으로, 필자의 연상(聯想) 기억법에 따라, ‘이구아나의 눈물’로 입력해두었다. 김찬삼의 3대 폭포 중에 이제 하나 남은 빅토리아를 버킷리스트에 찍어두었는데, 코로나에 죽죽 밀리더니만, 지난 3월 그만 ‘중환자실 입원’이라
어느덧 연말이 멀지 않았다.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것 중에 ‘나홀로 집에’가 있다. 명절에 집에 홀로 남겨진 어린 소년이 집에 쳐들어온 악당을 재치있게 물리친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집에 홀로 남은 두려움을 느껴봤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케빈의 무용담에 후련하고 용기백배 했으니 그토록 인기있는 영화가 되었으리라. 나 역시 어려서 종종 홀로 집을 지켰는데, 애석하게도 나는 ‘아기돼지 삼형제’를 먼저 읽었다. 우리집은 풀집도 나무집도 아니었지만, 동화책 삽화에 그려진 붉은 벽돌집도 아니었다. 어린 마음에 집이 무너질까 불안했던 기억이 난다. 나이가 들어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에서 주목할 점은 벽돌집이 튼튼하다는 건축자재 홍보보다는 아기돼지 삼형제가 ‘함께’ 모여 우리 집을 지어냈기에 늑대를 막아낼 수 있었다는 데 있다고 본다. 언젠가 지인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사춘기때 아버지를 따라 LA에 살았는데, 그때가 하필 1992년이었다. 폭도들은 후환이 두려워 무력을 중심으로 뭉친 일본인이나 중국인 사회는 못 건드리면서, 구심점이 없어 만만한 한인사회만 공격하더라는 것이다. 참상을 겪고 애국 갱스터를 꿈꾸던 치기어린 중학교 2학년 소년은 결국 커서는
용산가족공원과 국립중앙박물관과 인접해 국립한글박물관(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9)이 있다. 우리 민족 최고의 문화유산인 한글의 문자적·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2014년 10월 9일 문을 열었고, ‘교육공간 조성 및 증축공사’를 위해 1년간(24.10.14~25.10.1) 휴관한다. 휴관 전일인 일요일(10.13)에 하루 종일 박물관 상설전시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과 기획특별전 <사투리는 못참지>를 관람하였다. 상설전시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어제서문(御製序文)의 문장[(1부)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2부) 내 이를 딱하게 여겨/(3부)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4부) 쉽게 익혀/(5부) 사람마다/(6부) 날로 씀에/(7부)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에 따라 7부 일곱 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이제 휴관으로 직접 볼 수는 없으나, 박물관 홈페이지(https://www.hangeul.go.kr/exhi/dailyExhibition.do?curr_menu_cd=0102010000)에 방문하여, ‘온라인 전시(VR) 보기(https://my.matterport.com/show/?m=anBga6EwuVi)’를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대중 앞에서 말하기’이고, 그 다음이 ‘죽음’이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대중 앞에서 말할 때 느끼는 불안과 긴장감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4년 3월 광산구 자원봉사센터 이사장에 취임하고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인사말을 할 기회가 있었다. 인사말이 끝나고 봉사 중 한 분이 다가와 ‘이사장님 페이스북을 보니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쓰시던데 인사말은 어색하네요’ 하고 지나간다. 10월 8일 광산구 자봉센터 첫 이사회를 주관한다. 동창회와 지역 모임에서 이사회와 총회를 진행해 보았지만 준비된 시나리오를 읽는 수준이었다. 광산자봉 이사회에서는 잘하고 싶었다. 이사회에서는 준비된 시나리오를 읽더라도 회의 진행에 대해 나만의 체계를 세우고 싶었다. 10월 3일 개천절 오전 7시에 치과에 나와서 회의 진행 방법 및 스피치에 대해 유튜브 동영상과 책(한석준의 말하기 수업)을 보며 공부하고 있다. 10월 11월에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권과 환경’이라는 주제로 45분 강의를 한다. 조선대학교 동창회 부회장이 되어 치과의사 윤리선언을 낭독하며 호흡 조절이 잘되지 않아 버벅거렸던 경험. 동창회장 취임식 때 준
누구나 한 번쯤은 세계 일주를 꿈꿔본 적이 있을 것이다. 소설가 쥘 베른이 쓴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 주인공 포그가 80일 안에 세계 일주가 가능한지를 놓고 내기를 한다. 우여곡절 끝에 80일 만에 간신히 도착해 내기에서 승리하는데, 지금은 60시간이면 세계 일주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것은 시속 700㎞로 비행하는 비행기 덕분으로 인류 역사상 손에 꼽히는 획기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1903년 12월 1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해안가에서 윌버와 오빌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 1호’가 260여 미터를 59초 동안 날아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에 성공하면서 가능하게 되었다. 그동안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비행하는 글라이더나 열기구를 이용한 비행은 있었지만, 동력 기계에 사람이 직접 타고 비행을 한 것은 이때가 세계 최초였다. 윌버 라이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예일대학교로 진학할 계획이었지만 1885년 얼굴을 심하게 다쳐 힘든 시간이 이어지면서 고등학교 졸업장은 받지 못했고 원래 계획했던 대학교 진학의 꿈은 포기하게 된다. 19세기는 자전거 붐이 일던 시기였기 때문에 1892년 라이트 형제는 함께 자전거 수리점을 열었다. 제대로 된 엔지니어 교육을 받은
치협은 지난 7월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하여 ‘구강관리정책개발특위’를 구성했다. 이 특위에서는 노인 관련 정책개발, 노인요양시설 역할 확대 등을 찾아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발맞추어 치협의 치과의료정책연구원에서도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하여 치과계의 미래를 위한 정책 및 제도 개발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연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치과계에서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꾸준한 활동을 보인 곳은 대한노년치의학회일 것이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이 학회에서는 노인의 구강건강관리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체계적으로 연구해 왔다. 의과분야는 치과계 보다 훨씬 앞서고 있다. 대한의학회 정회원으로 있는 대한노인병학회와 대한노인정신의학회가 노인들의 전신건강과 정신건강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를 해 오고 있으며, 그 외에도 한국노년학회, 한국노화학회, 한국장기요양학회, 한국노인간호학회 등이 고령화 사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학회는 1997년 (사)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를 결성하고 공동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중이다. 의과분야는 이를 기반으로 대형병원에서는 노인전문 외래진료과 및 센터 및 클리닉을 설치 운영 중이다. 서울대병원 본원은 ‘평생건강관
치과임플란트 시술 후 제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치의신보 2024. 9. 2).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치과임플란트 합병증 환자관련 요인분석’에 의하면, 보고된 많은 자료 중 2014년에 비하여 2022년 임플란트 환자 수 33.6배, 시술건수 30.5배, 진료금액 43.7배 증가하였으며, 이와 함께 임플란트 제거건수도 가파르게 증가하여 환자 수 34.2배, 제거건수 35.3배, 진료금액 59.8배 증가하였다고 한다. 당뇨, 흡연, 음주, 유산소 활동 등이 많은 경우 임플란트 제거가 많았다고 하였다. 대처방안으로 위험요인을 가진 대상에 대한 집중교육과 적절한 시기에 처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근거에 기반한 임플란트 시술 전, 후 지침서가 필요한 시기라고 하였다. 또한 정부와 치과계가 협조해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도 하였다. 발표된 내용에 조금 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임플란트 제거가 많은 이유로 환자 탓을 하였다. 임플란트 시술건수가 많아지니 실패건수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몇 년 동안 앞서 언급된 제거이유를 가진 환자가 35배나 늘었다는 말인가? 문제는 임플란트 재료도 좋아졌고, 치과의사의 실
2023년 11월 20일부터 의료인이 범죄 종류와 상관없이 금고 이상의 형만 선고받으면 면허 결격 사유에 해당되어 면허가 취소되는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시행되고 있다. 의료인 입장에서 보면 의료와 관계가 없는 부분까지 과도한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 조항이 아닌 합리적인 법안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에 의료인은 공감하고 있고 면허취소법의 개정안이 필요했다. 서울지부에서는 금년 7월 이후 서울시의사회 및 서울시 한의사회와 함께 3개 단체가 TF위원회를 구성하여 공동 대응하고 현역 국회의원을 찾아 법 조항의 개정 필요성과 합리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법의 개정안을 살펴보면 이렇다. 의료인이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직업적 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모든 범죄까지 포괄적으로 적용되어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고 예기치 못한 부분까지 포함 되었다. 의료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거나 특정 강력범죄, 성폭력범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등 반 사회적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경우로 개정하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을 보면 “특정 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성폭력범죄
지난 8월 23일 일본 효고현 고시엔(甲子園) 구장. 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10회 연장전 끝에 승리한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졌다. TV 화면에 일장기만 살짝 비쳐도 경기를 일으키는 소아병 환자 보유국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얘기다. 이 학교는 1947년 재일동포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설립한 교토조선중이 모태로서, 교가 가사는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이라고 한다. 재정난과 학생 수 급감으로 일본학교로 전환하여, 이제 재학생 159명의 70%, 야구부는 전원 일본인인데, 많은 학생이 한국어 능력시험에 응시, 합격한단다. 과거에 일본사람이 작다 하여 왜(倭)라고 낮춰 부르기도 했지만, 한일 두 나라 중 어느 쪽에 소인배가 득실대는지는 조금만 들여다보면 보인다. 미우나 고우나 배울 건 배우자. 여름 고시엔은 3700여 고교 야구부 중 전국 47개 광역자치단체별로 예선을 거친 49개 고교가 나와 경기를 치르는데, 투수에게 변화구를 던지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으로 안다. 한창 성장하고 있는 근육과 관절에 절대로 무리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튀어나온 윗
개원한지 몇 주 안되었을 때였다. 지금도 선배님들에 비해 경험이 일천하지만 그때는 더 젊고 의욕이 더 앞섰던 시기였다. 치과에 처음 온 환자분이 잇몸이 붓고 치아가 불편한 것 같다면서 치료해 달라고 했다.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환자가 말하는 불편감은 비슷하더라도 실제 문제가 있는 것이 치성인지 아닌지, 원인이 치아인지 치주조직인지 변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 치과 영역에 있어서는 방사선 사진촬영이 가장 강력하고 신뢰할 만한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험급여가 되니 저렴하기까지 하다. 나는 환자에게 설명하고 치근단 방사선 사진을 촬영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환자분이 방사능은 몸에 해로운데 왜 자꾸 엑스레이를 찍어대냐며 화를 내는 것이었다. 아픈데 약이나 줄 것이지 돈 많이 받으려고 쓸데없는 검사를 되풀이한다고 원망했다. 내 입장에서는 말이 되지 않았다. 방금 환자를 처음 보았는데 어떻게 ‘엑스레이를 찍어댔’을 것이며, 검사도 없이 어떻게 진단을 하고 무작정 처방전을 발급할 것인가. 경험이 조금 쌓인 지금이라면 어르신이 나와 초면이라는 사실을 잠깐 잊었거나, 이미 다른 치과를 거쳐 오면서 다른 곳에서 찍은 것을 혼동했으려니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