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단 선거제도에 대해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창립 이래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대의원 간선제는 제30대 협회장 선거를 기점으로 직선제로 전환되었고, 그 과정에서 분명 얻은 성과도 있었으나 동시에 결코 가볍지 않은 부작용 역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직선제의 도입 취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의 근간으로 풀뿌리 참여, 그리고 회원 주권의 실현이라는 명제는 이론적으로 충분히 타당하다. 회원 각자가 직접 협회장과 부회장을 선출함으로써 ‘주권은 회원에게 있다’는 원칙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으며, 후보자들 또한 회원의 요구를 더욱 민감하게 반영하게 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이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일반 정치와 달리 치과계는 공통의 이해와 목표를 공유하는 직역 단체다. 이로 인해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정책과 사업 방향은 대체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협회의 기본적인 방향성이 급격히 달라지기는 어렵다. 이는 직선제가 전제하는 ‘정책 선택에 기반한 투표’가 실제로는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임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회원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의 현장에서 마주한 질문입니다. 필자도 작년에 환갑이 지났으니, 올해 만으로 예순하나라는 적지 않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30여 년 전인 1993년, 서른도 안된 젊은 나이에 처음 치과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의 나이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때로는 필자보다 연배가 높은 직원과 손발을 맞추며 병원을 일구기도 했으니, 지금 돌이켜보면 참으로 아득한 세월입니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시간 동안 병원을 지키며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소위 ‘세대차이’ 혹은 ‘시대차이’라 불리는 조직 내 문화의 충돌입니다. 현재 우리 병원을 지탱하는 젊은 직원들은 필자에게 거의 딸뻘 되는 나이입니다.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때로는 웃고 때로는 부딪히는 과정에서, 최근 필자는 직업 윤리와 프로 의식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진료 시간의 주인은 누구인가? 사건의 발단은 단순했습니다. 진료 시간 중에 스마트폰을 보거나, 진료중일 때 다른 공간에서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입니다. 원장으로서 엄중히 지적했을 때 대다수 직원은 잘못을 시인했지만, 한 직원의 항변은 필자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할 일이
돈, 명예, 건강은 인간 삶을 지탱하는 세 가지 축이지만 서로의 조건을 제한하기도 하고 상호 보완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된다. 어느 하나가 우선이 될 수가 없고 구조적 순환과 긴장 관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3가지 모두가 중요하지만 필자는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나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건강은 돈과 명예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고 신체적, 정신적인 건강이 유지가 되어야 소득을 올릴 수 있으며 사회적 활동을 통해 명예를 축적 시킬 수 있다고 본다. 돈과 명예를 잃더라도 노력 여하에 따라 회복이 가능하지만 건강은 일정 수준을 넘으면 회복하기가 어렵다. 건강은 돈과 명예를 위한 전제 조건이다. 두 번째로 돈은 건강과 명예를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소득은 휴식과 여가를 가능하게 하며 그로 인해 건강을 유지 시킬 수 있고 명예를 획득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돈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 지나친 욕심을 부리면 과로와 스트레스를 초래하여 건강을 잃기도 하고 명예마저 훼손할 수 있다.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둘 다 파괴될 수 있다. 세 번째 명예는 개인의 성취로 인해 사회가
장모님은 여걸이셨다(金貞姬; 1929-2020). 여고시절에는 청주 시내를 말을 타고 달리기도 했다고 한다. 탄허 스님이 법명 벽안(法名: 碧眼)을 주실 만한 미모에 사업수완 또한 만만치 않았고, 여신도 회장과 불교신문사 사장을 역임하셨다. 진잠에 큰 절을 세울 꿈을 품었던 스님은, 대전에 오면 처가에서 점심공양을 하셨는데, 장모는 “큰 스님이 오시니 귀한 말씀 좀 듣자.” 전화를 했다. 불경번역으로 한문 실력이 걸출한 학승이라는 명성과 예지 능력은 익히 잘 알려져 있고, “허공을 삼킨다.”는 법명이 예사롭지 않아, 달려가 몇 차례 뵌 적이 있다. 눈매가 부리부리하고 탄탄한 씨름선수 몸매에 말수는 뜸하여, “역시 뜬금없는 스님의 알 수 없는 방언?”이라는 건방진 생각에, 더 자주 뵙고 듣지 못한 젊은 시절의 오만이 후회로 남아 있다. 흘리듯 지나가는 말씀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머지않아 우리나라에 여성 대통령이 나오고, 그 전후에 일본열도가 바다에 잠기며, 곧 이어 세계가 조공(朝貢)을 바치러 온다는 얘기였다. 그때만 해도 너무 황당무계하다고 웃어 넘겼는데, 30년이 채 못 되어 박근혜대통령이 나오고 도후쿠 지방이 쓰나미에 잠기더니, K-컬처를 동경하는 세계의
요즘은 스트리밍 음원을 주로 이용하니 그렇지 않지만, 레코드나 CD음반을 틀면 곡과 곡 사이에 잠깐 조용한 간격이 있다. 어릴 적에는 음악이 계속 이어지지 않는 이 빈틈이 아쉬웠다. 특히나 재생시간이 정해진 카세트 테이프에 이 곡 간격이 용량을 차지하는 것이 아까워, 초시계를 들고 수신호를 해 가며 음악을 꽉꽉 채워 녹음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시점부터는 곡 간격의 적막이 주는 여운을 즐길 수 있게 되기 시작했다. 어쩌면 어른이 되어 삶이 복잡해지기 시작한 때문은 아닐까. 적막이 주는 평화를 극단적으로 체험하게 된 탓인지도 모르겠다. 매일 아침 학교에 가기 위해 타곤 하던 옛150번 버스는 서울 서북부에서 출발해 중심가를 지나 한강대교를 건넌 다음 봉천고개를 넘어 경유해 서남권으로 주행하는 긴 노선이었다. 한강을 건넌 뒤에는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다 고개를 넘어갈 무렵부터 다시 손님이 차곤 했다. 그날은 시내에서 밀려 차가 연달아 지나갔는지, 중앙대 학생들이 우르르 내리고 나니 버스 안엔 나와 다른 손님 한분 그리고 기사님만 남았다. 평소와 다른 고요함도 잠시, 다음 정거장에서 엄청난 소리와 함께 초등학생들이 물밀 듯이 버스에 들이닥쳤다. 내 허리춤밖에 오
우리는 평생 ‘나’라는 존재를 중심에 두고 세상을 살아간다. 나의 생각, 나의 감정, 나의 소유물과 나의 미래는 우리 삶을 지탱하는 가장 견고한 기둥처럼 보인다. 아침에 눈을 떠 밤에 잠들 때까지, 우리는 ‘나’라는 일인칭 주인공이 이끄는 삶의 서사를 한 치의 의심없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인지 신경심리학자 크리스 나이바우어(Chris Niebauer)는 그의 저서 『뇌는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원제, No Self, No Problem: How Neuropsychology Is Catching Up to Buddhism)』를 통해 이 믿음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그는 최신 뇌과학 연구와 수천 년 전 동양 철학의 통찰을 결합하여, 우리가 ‘나’라고 믿는 존재가 사실은 좌뇌가 만들어낸 교묘한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폭로한다. 나이바우어는 톨레도 대학교(University of Toledo)에서 인지 신경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인간 두뇌의 좌뇌와 우뇌 차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학자다. 현재 펜실베이니아주 슬리퍼리 록 대학교(Slippery Rock University)의 교수로 재직하며 의식, 마음챙김, 좌우뇌의 차이, 그리고 인공
겨울의 추운 날씨 속에서 언제 따뜻한 봄이 올까 생각했지만 3월 5일은 24절기 중 세 번째인 경칩이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초봄의 시작 기준이 되는 절기로 알려져 있다. 우수와 춘분 사이에 들어 있는 경칩은 글자 그대로 땅속에 들어가서 동면을 하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무렵이 된다. 만물이 약동하며 새로운 생명이 생기며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땅속에서 깨어난다는 뜻으로 한국에선 그중에서도 개구리가 유난히 강조된다. 물론 한기는 여전히 남아 있으며, 겨울이 물러가 완연한 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최소 춘분은 지나야 한다. 경칩부터 춘분 전까지,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녹고 한파가 사라진 시점인 것은 맞지만, 꽃샘추위가 찾아와 쌀쌀한 날씨를 보이기 때문에 간혹 “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도 얼어 죽겠다”라는 이야기도 종종 나온다. 꽃샘추위의 경우 한겨울 한파처럼 기온이 급강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추위 전에는 포근했다가 갑자기 추워져서 기온 차이가 심해지기 때문에 이 시기에 체감상 느껴지는 추위가 더 세다. 이러면서 날씨가 따뜻해져 초목의 싹이 돋기 시작한다. 찬바람으로 시작된 겨울도 이제 봄바람으로 마무리돼 가고 있다. 모든 것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
대한치과의사협회 제34대 회장단 선거가 마무리되었다. 짧은 기간 동안 열심히 뛰었던 4명의 후보 가운데 김민겸 후보가 회원들로부터 최종적으로 선택을 받아 제34대 협회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두 달 후 정식 출범할 새 집행부는 ‘협회가 회원들을 위해 무엇을 해 주었냐’는 회원들의 볼멘 목소리를 경청하여 ‘진정한 회원들의 보호자’로 거듭나도록 이끌어 가야 할 막중한 책무가 기다리고 있다. 이번 선거는 여러 측면에서 이전 선거들과 다른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선거 과정 전반의 분위기였다. 과거 협회 선거에서는 때로 과열된 경쟁 속에서 상대를 향한 공격이나 흑색선전이 난무하면서 치과계 내부의 갈등을 확대시키는 면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그러한 장면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그동안 염원해 왔던 ‘깨끗한 선거’가 드디어 하나씩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출마 선언 시점이 선거일을 두 달여 앞둔 시점으로 다소 늦었던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선거운동 기간이 길지 않았던 만큼 과열 경쟁으로 치닫기보다는 각 후보가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설명하는 데 보다 집중하는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3월 10일은 3년마다 대한민국 치과의사들을 대표하는 수장을 선출하는 중요한 날입니다. 지금 글을 쓰는 시점은 각 캠프의 선거 운동이 치열한 상황인 선거 전이지만, 이 글이 기고되는 시점은 34대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이 당선된 직후라 예상됩니다. 치열한 선거 캠프의 뜨거운 열기와는 대조적으로, 정작 개원가의 현실은 차갑기만 합니다. 누가 출마하는지, 어떤 공약이 치과계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기에는 우리 앞에 놓인 하루하루가 너무나 고단하기 때문입니다. 무관심해진 동료 치과의사들이 늘어가는 것은, 아마도 불법 덤핑 치과의 과열 경쟁과 고물가라는 척박한 경제 환경 속에서 각자의 진료실을 지켜내는 것조차 벅찬 탓일 것입니다. 물론 치과의사 개개인의 진료 능력, 행정 능력, 마케팅 역량은 중요합니다. 각자도생의 시대라는 말도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도 그것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운동장’이 공정하지 않다면 성과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개인의 실력 이전에, 모두가 함께 설 수 있는 판의 크기와 구조입니다. 얼마 전 한 경제 관련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자배구에서 세계 최고의 연봉
평론을 3년 가까이 쓰면서 치과계의 이런 저런 문제점 및 개선해야 할 부분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공감하는 독자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는 부분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시사를 다루다 보면 민감한 부분이라 어느 한쪽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 치과계가 보다 성숙하고 밝은 미래가 되기 위한 고민이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만 75세 이후 임플란트(추후에는 65세 이상 연령제한이 완화됨) 및 틀니의 보험으로 보장성 강화의 빅뉴스 이후엔 10년이 지난 지금 딱히 치과계의 좋은 뉴스는 없었던 것 같다. SNS 등 유튜브의 출현으로 불법 덤핑 치과의 광고, 먹튀 치과의 폐업, 대형치과의 직원에 대한 갑질 논란, 의료사고 등 갈수록 치과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뉴스만 나오게 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러다 보니 치과계의 문제점을 다루는 기사거리를 평론의 주 주제로 삼았던 일이 많았다. 코로나 펜데믹이후 치과 개원가는 몸살을 앓고 있다. 치과의사수가 증가하다 보니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주변 동료는 아랑곳없이 저가로 광고를 일삼는 행위가 각종 채널에서 비일비재하다. 전국의 환자를 모두 강남으로 집결시켜 블랙홀로
힘든 수술을 이겨낸 막내 누님이 지난 연말에 귀국하여, 8남매가 함께 묵으며 정담을 나누었다. 길 건너에 박정희대통령도 자주 묵었던 군인휴양소(現 스파텔)가 있으니, 추억의 라디움 온천 원탕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온천 하면 한적한 사우나보다 아이들이 꺅꺅대는 대중탕이 제격이다. 바글바글한 탕 한구석에서 오래간만에 보는 때밀이(洗身士)가 반가워, 동생과 나란히 몸을 맡겼다. 피부과 의사는 이태리 타올로 박박 문질러, 때가 떡가래처럼 밀려나오는 때밀이를 한사코 말린다. 떡가래 대부분이 실은 피부각화 층으로, 가벼운 찰과상이나 세균으로부터 내 몸을 지켜주는 보호막인데, 왜 쓸데없이 무장해제를 하느냐는 얘기다. 지당한 말씀이지만 아직 경험 못한 분은 한번 받아만 보시라.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진 느낌을 무슨 말로 설명할까? 깨끗한 상쾌감은 물론이요, 맨살을 손아귀로 강하게 주물러 혈액순환을 돕고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에 더하여, 안마(按摩)를 통한 ‘기(氣)의 전달’이 분명히 느껴진다. 그래서 때밀이 10년이면 기가 쇄하여, 골병을 앓는다는 속설이 있는가보다. 휴일도 없던 개업 초기에는 두 시간이 채 못 되는 점심시간이 유일한 낙이었다. 혼밥에 적당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