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가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방에 가면 이불이 깨끗하게 잘 개어져 있고, 모든 요소들이 보기 좋게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집은 안 그런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자취를 해보신 선생님들께서 과거 기억을 떠올려보시면 일반적으로 혼자 사는 젊은 시절에 이불을 매일 깨끗하게 정리하지 않은 적이 많았음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님의 강연에서 이불을 정리하는 이유에 대한 부분이 나옵니다. 집에서 엄마와 아이가 실랑이가 벌어지는 상황으로 ‘밤에 와서 잠들고 나면 다시 어질러지는데 왜 아침마다 정리를 해야 되냐’고 아이가 말합니다. 일견 맞는 말입니다. 사실 저도 그런 이유로 이불 정리를 안 할 때가 많습니다. 이 강의에서 최인철 교수님은 이것은 ‘어차피 어질러진 상태로 돌아가게 되니깐 중간에 뭔가 정리를 해놓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는 논리라고 하면서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많은 것들에 ‘부질이 없으니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다’라는 삶의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뭔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기분을 전환시키기 위해서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행위, 정리정돈하는 행위 등도 모두
김혜성 이사장(서울치대 졸업, 동대학원 박사) 사과나무의료재단의 이사장이자, 재단 산하 의생명연구소의 미생물 연구자이다. 구강미생물에서 시작해 장내 미생물, 발효 음식의 미생물까지 폭넓게 공부하며 몇 권의 책을 냈고 논문을 발표했다. 『미생물과의 공존』 『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이야기』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등 3권이 과학기술부 선정 우수과학도서를 수상했다. 얼마 전, 치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구강미생물, 그중에서도 세균들이 공동체를 이뤄 생존력을 높인 바이오필름에 대한 온라인 강의를 했었는데, 한 학생이 질문을 보냈습니다. 내과 쪽에서는 세균이나 바이오필름을 주로 약으로 다루는 것 같은데, 치과 쪽에서는 스케일링과 같은 기계적 제거가 더 강조되는 듯한데, 그 차이가 뭐냐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전 이렇게 답했습니다. 바이오필름 제거의 gold standard는 기계적 제거하고요. 상처나 감염이 생겼을 때 가장 중요하고도 먼저 해야 할 일은 깨끗이 씻어내는 기계적 행위라고요. 치과의 스케일링과 치면세마, 피부의 상처 세척, 더러운 하수구를 솔 같은 기구로 닦아내는 것, 모두는 기계적으로 바이오필름을 제거하는 행위일 겁니다. 다만, 대장 속 세균들이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위나라에 악양이라는 인재가 있었는데 왕은 악양에게 골칫거리 이웃 나라인 중산국을 토벌할 것을 명령하였다. 그러자 신하들이 반대하기를 중산국에 악양의 아들이 벼슬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악양이 쉽게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악양은 거침없이 적군을 격파하였고 수도를 포위하였다. 그러자 아들인 악서가 나와 한 달만 시간을 달라고 빌었다. 악양은 한 달 동안 공격을 멈췄다. 한 달이 되자 다시 아들이 한 달을 더 기다려달라고 했다. 악양은 또다시 한 달을 기다렸다. 그러자 내외부적으로 수많은 반대의 목소리가 생겼다. 다시 한 달이 지나자 또 아들은 한 달을 기다려 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에도 악양이 허락하자 장수들조차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악양은 다시 한 달이 지나서 아들이 또 한 달을 기다려달라니 크게 꾸짖으며 너부터 죽이겠다고 외쳤다. 이 말을 듣고 중산국은 스스로 성문을 열어 항복했고 위군은 무혈입성했다. 악양은 그제서야 장수들에게 희생 없이 승리하기 위해 세 달을 기다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개선해서 귀국하자 위왕은 큰 잔치를 베풀었다 술에 취하고 계속해서 칭찬을 들은 악양은 자못 거만해져서 큰소리로 자신의 공을 떠들었
2018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에 여성폭력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그리고 얼마나 다양한 영역에 침투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특히 그 시발점이 된 최초 발언자가 법조인이라는 사실은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지위에 있는 여성뿐만 아니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여성이 성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였다. 그 이후의 과정은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여성들의 용기와 열망이 얼마나 대단한지, 또 그들을 지지하는 성별을 초월한 인류의 요구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당시 매일같이 쏟아지던 미투 관련 뉴스에는 다양한 유형의 성폭행, 성추행 사건들이 온 국민에게 전달되었고 재판 과정 등을 통해 성폭력, 성추행, 성인지 감수성 등 우리에게 낯설었던 용어들의 정의가 인터넷 검색순위에 등장하였다. 대다수 국민들이 여성폭력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과 피해자에 대한 공감을 표현한 것이다. 미투 운동을 바라보는 시각도 피해자 중심으로 변화되었고 사건 이후에도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이는 여성폭력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사회적인 요구를 반영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은 크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이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에서도 논쟁거리가 되었지만, 성소수자는 왜 그리 감염병과 관련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물론, 진료할 때 환자의 성적 지향을 물어보는 것은 아니니까 알 순 없지만, 혹시라도 우리 병원에 찾아올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고요. 성소수자가 보건에 위협이 되는 게 사실이라면, 진료에서도 주의해야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요? 차별이니
말 많던 SIDEX 2020이 탈 없이 끝나고 몇 주간의 시간이 흘렀다. 코로나 지역사회감염이 퍼지는 와중에 치과의사가 대규모로 모이는 대형 행사 강행이 필요하냐? 마냐? 엄청난 논란 속에 말 많던 SIDEX 2020이 드디어 잊히고 있다. 방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겠다던 호기로운 패기는 성공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네이버 블로그를 보면 많은 치과가 불참했다고 광고하고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더불어 나를 비롯한 다수의 치과의사들이 행사 강행에 반대했고, 서울시도 자제명명을 내렸었다. 다음과 네이버를 비롯한 검색 사이트와 공중파에 오르내리며 며칠간 온 국민에게 질타와 조롱을 받았다. 행사장엔 꼬투리 잡으러 온 기자들이 많았다고 하던데, 완벽했다던 행사 진행에 대해선 그 어디에서도 국민들은 뉴스를 접할 수 없다. 포탈과 공중파에서 대차게 까이며, 국민들의 기억엔 치과의사들은 코로나 지역사회감염을 무시하는 집단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당연히 연기나 취소될 줄 알았던 내 생각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코로나의 급속한 확산으로 연초부터 치산협(한국치과의료기기산업협회)이 행사 연기나 취소와 부스비 환불을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더니, 신흥과 더불어 임
■ 고해상도 파일은 아래 PDF 첨부파일 클릭하세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권기탁 전주 푸른치과의원 원장
치과를 비롯하여 이 땅에는 여러 종류의 병원이 존재한다. 내과,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피부과, 안과 등등... 이 중 유독 치과는 일반인들에게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것 같다. 뭔가 미심쩍고 불신의 대상인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러한 기조가 만연하다는 것은 놀랍게도 단어 하나로 설명이 가능하다. “양심치과”라는 말을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양심내과”, “양심성형외과”라는 말을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단연코 없을 것이다. 그렇다. 일반인들 대부분은 치과 앞에 양심이라는 단어가 붙어야 소위 말하는 “눈탱이”라는 것을 맞지 않겠거니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곱씹어 생각해보면 “양심치과”라는 말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치과의사 입장에서 굉장히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말이다. 아니, 그러면 양심치과라고 내걸지 않으면 양심이 없는 치과라는 것인가? 양심치과라고 내걸지 않은 치과는 다 눈탱이를 씌운다는 말인가? 실제로 필자는 지인들로부터 종종 집 주변에 “양심적인” 치과 좀 소개시켜달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럴 때면, 동료 치과의사들을 믿기에 “치과는 대부분 다 양심적이니까 가까운 곳으로 가면 돼”라고 자신있게
김혜성 이사장(서울치대 졸업, 동대학원 박사) 사과나무의료재단의 이사장이자, 재단 산하 의생명연구소의 미생물 연구자이다. 구강미생물에서 시작해 장내 미생물, 발효 음식의 미생물까지 폭넓게 공부하며 몇 권의 책을 냈고 논문을 발표했다. 『미생물과의 공존』 『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이야기』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등 3권이 과학기술부 선정 우수과학도서를 수상했다. 혹시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드시나요. 최근 코로나와 함께 면역이 중요하다면서 프로바이오틱스 업계가 바빠졌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우리 몸의 유익균(Good bacteria)이란 이름으로 글로벌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연평균 8.3%의 속도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고 합니다. (https://www.transparencymarketresearch.com/probiotics-market.html) 광고를 보다가 가끔 건강한 저도 ‘한번 먹어볼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프로바이오틱스에 들어가는 균에 가장 많이 차지하는 속(屬genus)은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계열입니다. 유산균, 정확하게는 유산간균(Lacto-Bar)으로 번역할 수 있겠네요.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 돌봄)’ 모형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대한노년치의학회(회장 이성근·이하 대노치)가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원 발주 과제 수행의 일환으로 독일, 일본의 커뮤니티 케어 사례를 둘러보고 왔다. 대노치 소속 연구자들이 커뮤니티 케어의 필요성과 독일, 일본의 상황을 총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코로나19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국제적 통금이 생기기 조금 전인 작년 11월에 협회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일본 동경 스미다구의 지역포괄케어 현장을 다녀왔다. 같은 연구팀이 다녀온 독일이 사회복지를 탄생시킨 선구자이자 모범답안일 수 있다면, 일본은 법적이나 정치적, 문화적 여건이 상대적으로 우리와 닮았으면서도, 우리보다 수십 년 앞서 인구 고령화의 길을 가고 있어 여러 가지 소중한 간접 경험을 제공하고 있어 의미가 있다 할 수 있겠다.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의 사고방식은 일본에서 지역포괄케어가 논의되기 훨씬 이전에 독일, 영국, 호주, 북유럽 국가, 미국 등 서구 국가에서 경험적으로 발달해 왔다. ‘커뮤니티 케어’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통합 케어(Integrated Care)’나 ‘살던 곳에서 늙어가기(A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 돌봄)’ 모형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대한노년치의학회(회장 이성근·이하 대노치)가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원 발주 과제 수행의 일환으로 독일, 일본의 커뮤니티 케어 사례를 둘러보고 왔다. 대노치 소속 연구자들이 커뮤니티 케어의 필요성과 독일, 일본의 상황을 총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독일은 유럽 국가 중 고령화가 가장 많이 진행된 사회이다. 독일은 1932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로 변화를 시작하여 1972년에 고령사회로, 2009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였으며 이는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빠르다. 2018년 기준 독일 전체 인구의 22%가 65세 이상이다. 고령화 현상을 일찍부터 겪은 독일은 연금제도, 노인 인구 경제활동 참여 독려 제도 등 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개발해왔으며, 독일의 장기요양(long-term care)을 위한 사회보험인 수발보험(Pflegeversicherung)은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보건의료 분야의 고령화 정책인 노인 장기요양보험의 원형이기도 하다. 본고에서는 구강보건의료 분야의 고령화 대응 방안 중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건강보험 개혁안인 “장애와 고령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