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산,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반계리 은행나무를 둘러보는 것은 하루짜리 늦가을 여행으로는 최상이다. 섬강 중류 오크밸리 좌측 산 정상에 위치한 뮤지엄 산은 안도 타다오의 작품으로 건물과 풍광자체가 예술이다. 관람(체험)후 섬강 하류가 펼쳐놓은 강원도에서는 보기드문 평야지대 문막에 들어선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수령 800년이 넘은 것으로 그 크기와 자태에 압도 당하여 경외심이 저절로 든다. 섬강이 남한강 본류에 합류되는 부론면에 법천사지(法泉寺址)가 자리 잡고 있다. 현대사회는 고속도로, 철도, 항공노선이 물류의 핵심이나 고려, 조선 시대에는 도로망이 없었기때문에 연안이나 강이 오늘날의 도로 역할을 했다. 원주 법천사지가 위치한 부론은 충청, 강원 지방의 산물이 집중되는 지역으로 고려시대에 흥원창이 있었던 곳으로 경제적으로 부흥했던 지역이었고 사람이 모이니 정보의 교환이 왕성했던 곳이라서 富論이라고도 한다. 고려시대 법상종 대형사찰인 법천사가 임란때 전소되어 중창되지 못했고 현재는 국가지정유산 사적 법천사지로 관리되고 있다. 무수한 폐사지 가운데 유독 법천사지를 가야하는 이유는 지광국사현묘탑이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것은 불탑이고 스님이 입적
▶▶▶이용권 원장(청주 서울좋은치과병원 임플란트센터장)이 본지 3036호부터 치과의사의 희로애락을 담은 ‘털보의사의 치과 엿보기!’ 만화를 연재한다. 이 원장은 서울치대를 나온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로 앞서 본지에 ‘만화로 보는 항생제’를 연재한 바 있다. ■ 이미지 클릭 후 드래그하면 고해상도 보기 가능합니다.
흔히 두려움은 무지(無知)에서 온다고 한다. 과거 인류가 천둥이나 태풍과 같은 자연현상을 두려워했던 이유는 그것이 왜 일어나는지 모르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늘에 살고 있는 거인이 기침을 하면 그것이 천둥이라던가, 바다의 신들이 싸우면서 태풍이 나타난다고 하는 식으로 자연현상을 앎의 영역으로 끌어오려고 부단히 노력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 지난 몇 주간 두려움은 앎에서 왔던 것 같다. 치과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 중에 원내생 진료라는 것이 있다. 본과 3학년 때부터 치과병원에 상주하며 임상 실습을 진행하는데,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환자에게 진료를 시행하는 것을 원내생 진료라고 한다. 물론 모든 진료 과정을 학생 혼자서 진행하지 않고, 외래 교수님이 옆에서 모든 단계마다 감독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진료가 나아가도록 도와주신다. 졸업을 위해서는 다양한 임상 케이스를 충족시켜야 하는데, 내 모교 기준으로 가장 구하기 어려운 임상 케이스는 단연 크라운 프렙이었다. 마침 상악 1대구치에 재근관치료 후 다시 씌워놓았던 메탈크라운이 생각나 동기에게 교체한번 해보겠느냐고 이야기했더니, 뛸 듯이 기
대한민국에서 개원치과 운영하기가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다. 치과의사 과잉 배출로 인한 경쟁심화, 고정 운영비 폭등, 저수가, 덤핑치과들의 공세로 인한 내원환자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원가 원장들에게 또 하나의 큰 짐이 되는 것은 직원의 이직이다. 치과를 떠나는 원인중 하나는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한 직원의 감정노동이다. 특히 민주화 시대 이후 MZ세대들의 특성은 인격적 모독이나 감정 손상을 참지 못하기 때문이고 제 때 해소되지 않으면 이직이나 전직을 고려한다고 한다.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은 직업적인 이유로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거나 관리하여 특정한 감정표현 즉 긍정적이고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는 노동을 의미하는데 서비스직에서 발생하고 자신의 실제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무례한 환자에게 친절해야 한다면 실제 자기가 느끼는 감정과 표현하는 감정이 달라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되고 심하면 정신 건강에 해롭다. 요샛말로 기가 빨리고 의욕상실되어 이직을 하게 된다. 요즘 코로나 시기를 지내고 나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거나 코로나 블루로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사람, 혹은 성격적,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사소한
▶▶▶이용권 원장(청주 서울좋은치과병원 임플란트센터장)이 본지 3036호부터 치과의사의 희로애락을 담은 ‘털보의사의 치과 엿보기!’ 만화를 연재한다. 이 원장은 서울치대를 나온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로 앞서 본지에 ‘만화로 보는 항생제’를 연재한 바 있다.
‘어린 여자 아이들에게 잘 해둬라. 나중에 커서 당신이 말 한 번 걸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미인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어느 외국 서적에서 보았던 글귀이다. 매우 점잖고 긍정적인 문체의 책이었다. 진취적이고 밝은 내용이 담긴 책이었다. 그런 책 속에 있던 재미있는 문장이어서 더 기억에 남은 것 같다. 영화 배우, 모델 같은 여자들에게도 어린 시절은 있었을 테고, 그 시절에 조금 잘 해줬던 사람을 기억하는 것은 있을 법한 일인 것 같다. 흰 머리가 수북한 지금, 내가 우리 직원들한테나 말을 걸지, 감히 어떤 여자에게 가서 말을 걸겠는가. 미인에게는 말을 걸 일이 없기도 하다. 그런데 어린 시절에 나에게 교정 치료를 받은 여자 아이가 미인이 되어 치과에 찾아온 일이 있었다. 일반 진료 환자의 이름은 기억 못 하는 경우가 있지만, 교정 환자의 이름과 얼굴은 매치를 잘 하는 편이다. 이름을 보고, 얼굴을 보았는데 매치가 안 되었다. 이름과 얼굴을 한참 번갈아 본 후에야 내가 교정치료를 해 준 여자 환자였던 것이 인지되었다. 아이였을 때 돌출입을 주소로 내원한 여자 환자였는데 대학원생이 되어서 이전 개원한 나를 찾아왔다. 반가움과 보람, 기쁨 등 여러 가지 긍정적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오늘날 우리는 핸드폰만 켜면 전 세계의 예술작품을 바로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손가락을 몇 번만 움직이면 루브르 박물관의 그림도, 대영박물관의 조각도 순식간에 펼쳐지지요. 물론 이렇게 언제 어디서나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나 화면 속에서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예술작품은 깊이 있는 경험을 남기기 어렵습니다. 핸드폰은 빠르게 보여주지만, 우리에게 ‘멈추어 생각하는 시간’을 주진 않으니까요. 반면 책은 다른 차원의 미술관을 열어줍니다. 한 페이지를 천천히 넘기며, 작가가 담아낸 해석과 사연을 읽는 동안 우리는 작품과 더 오래 머무르게 됩니다. 작품에 담긴 시대적 배경이나 창작자의 의도, 그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이 글을 통해 자세히 풀어져 나옵니다. 예술이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깊이 이해하고 느끼는 경험으로 다가오는 것이죠. 책 속의 미술관은 핸드폰 화면처럼 휘리릭 넘
치과의사 과잉 배출로 인한 치열한 경쟁과 경제성장률 둔화로 인한 내수소비 부진 그에 따른 불황으로 인해 치과 개원가 경영에 적색등이 켜졌다. 한국의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 진입은 치과계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치과는 경기 사이클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개원가 원장들은 비수기인 가을이 되면 속이 가랑잎처럼 바짝 바짝 타들어 간다. 치과대학 졸업 후 일정기간 수련을 거친 치과의사들의 대다수가 개원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과 초기투자 비용이 적지 않은 개원에서 치과경영에 대한 지식은 치과 생존에 필수가 되었다. 개업 연수가 적거나 성장을 도모하는 치과, 예비 원장들은 임상 실력향상 뿐만 아니라 경영에 대한 지식을 단단하게 갖춰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즉 일인 치과의사 병원이라도 경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존속할 수 없는 시대다. 환자에게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고 환자 유치, 직원관리, 재정 관리, 마케팅 관리(소셜 미디어) 등이 경영의 중요 요소들이다. 근래에 과도한 온라인 마케팅이 디비 마케팅, 허위 과장 마케팅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입소문이나 지역사회 모임을 통한 소극적 마케팅이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주로 소셜
▶▶▶이용권 원장(청주 서울좋은치과병원 임플란트센터장)이 본지 3036호부터 치과의사의 희로애락을 담은 ‘털보의사의 치과 엿보기!’ 만화를 연재한다. 이 원장은 서울치대를 나온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로 앞서 본지에 ‘만화로 보는 항생제’를 연재한 바 있다.
바야흐로 치과의사 국가고시 준비의 계절이 되었습니다. 제가 국가고시를 준비하던 2018년 가을을 기억해보면, 공부할 양은 많은데 머리에 든 것은 없으니 책상 앞에 앉더라도 휴대폰만 붙잡고서 웹툰부터 뉴스까지 온갖 잡념에 시달렸던 것 같습니다. 잡념에 길 잃은 누군가 치의신보에 도달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 이번에는 강릉에서의 인턴생활을 고민하는 누군가에 혹여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조금 적어보고자 합니다. 저는 임상분야의 예방치과 수련이라는 특수한 목표가 있었기에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강릉에서의 수련을 결정했지만, 막상 인턴 생활을 시작해 보니 통상적으로 알고 있던 인턴의 근무환경과 많은 차이가 있어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선 퇴근시간부터 이야기하자면 과별 차이가 존재하지만 야간까지 이어지는 잡무가 거의 없었고, 오히려 인턴이 준비하여 발표하는 세미나가 모든 턴마다 존재하여 이를 충실히 준비하는 데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금요일이면 칼퇴근 후 18시40분 KTX를 탈 수 있었고, 주말을 서울 본가에서 잘 지내고 돌아가는 일정이 가능했습니다. 앞서 말한 세미나 준비를 비롯한 교육환경 또한 나쁘지 않습니다. 마뜩잖게도 나쁘지 않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최근 치과대학을 졸업한 김 원장은 이 원장이 운영하는 강남 한복판의 치과에 봉직의로 일하게 되었다. 치과의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적절한 환자층에 만족한 김 원장. 어느 날, 김 원장은 치과가 새로운 광고를 홈페이지에 실으면서 자기 사진 밑에 “미국에서 공부한 교정 전문의”라는 문구를 추가한 것을 확인하였다. 물론, 자신이 미국에서 잠깐 공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