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부모님과 마을 어르신들에게 세배를 드리고 난 후, 햇살이 좋은 날에는 논 가운데 볏짚 속을 파고들어 숨바꼭질도 하고, 공터에 오징어를 크게 그려 놀기도 하고, 나이 먹기 가위바위보 놀이도 했지요. 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벙어리장갑이 다 젖도록 눈사람 크게 만들기 시합을 하고, 편을 갈라 눈싸움에 엉엉 울음이 터지기도 하였습니다. 동네 언덕길에서는 비료포대 썰매를 타고 냇가에서는 앉은뱅이 썰매 타느라 해 떨어지는 줄도 몰랐지요. 가래떡은 장수(長壽)와 집안의 번창(繁昌)을 위해 길게 뽑고, 엽전 모양으로 둥글게 썰면서 재물운(財物運)이 계속되기를 기원하였습니다. 순백의 쌀떡과 맑은 국물은 좋지 못했던 지난 것들은 잊고, 새해에 새롭게 시작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형제들, 그리고 사촌들이 둘러앉아 받았던 설 떡국에는 꿩고기를 넣어서 끓였습니다. 꿩 구하기 힘들 때에는 식감이 비슷한 질긴 폐계(廢鷄) 살을 넣기도 했습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넉넉함]은 눈이나 머리보다 마음으로 먼저 담아낼 때에 비로소 그 여유로운 맛도 잘 느껴지는 구나’를 깨닫는 나이가 되고 보니, 그 시절 어린 마음에 살뜰
고등학교 1학년 수학 첫 시간에 배웠던 밴다이어그램을 이용하여, 타원 ‘가’, ‘나’, ‘다’, ‘라’, 그리고 ‘마’로 ‘전문치의과목’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난데없이 ‘수학’ 이론으로 ‘전문치의과목’ 이야기를 진행시켜, 혹시 ‘수학’ 자체를 싫어하는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여러분들이 계시다면 죄송하다는 말로 양해를 구한다. 기존의 전문치의과목은 기존의 10개 과목에서 최근 수년 동안의 논의을 통해 11개 과목으로 늘어났고, 현재에도 치의전문과목을 늘리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전문과목이 되었든, 2차원적 평면에서 보면, 타 전문과목과의 공통부분이 존재하고 그 과목 고유의 전문 영역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그림에서 보면 ‘가’와 ‘나’, ‘다’, ‘라’는 각기 ‘고유한 전문 영역’이 있고, ‘공통된 전문 영역(타 진료과들과 공유하는 부분)’이 존재하게 된다. 물론, 어느 과목의 경우에는 타 전문치과과목과 공유 부분이 너무 많아, 스스로에게 남는 ‘고유 영역’이 거의 없다고 보여지는 경우도 있다. 치의전문과목을 담당하는 교수나 학회 입장에서는 이를 지키기 위해, 공유하는 학회나 관련 과목 담당교수와 불편한 대화(?)를 할 수도 있
버터는 우유 속 지방을 모아서 고체로 가공한 것으로 성분의 80% 이상이 지방이며, 수분은 18%이하 입니다. 버터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서 기원전 3500년 수메르의 기록이나 기원전 1500년 이집트의 기록에도 나옵니다. 그러나 고대 로마의 정치인이자 역사학자인 플리니우스가 버터를 두고 “야만인의 음식”이라고 한 것을 보면, 남쪽의 올리브유와 북쪽의 버터가 생각보다 오래된 대립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도 정통 프렌치 식당에서는 버터를, 그리고 이탈리아 식당에서는 올리브유와 함께 빵이 나옵니다. 버터는 제빵에 필수적인 재료입니다. 서양 요리에도 많이 쓰입니다만, 발화점이 낮기 때문에 타지 않게 조심히 조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발화점이 높은 “기버터”라는 정제버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기버터”는 인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적어도 3천년 동안 힌두 문화에 매우 중요한 음식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방탄커피에 버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서양에서는 빵과 버터를 밥줄, 생계수단이라는 숙어로, 총과 버터를 국방과 민생을 비유적으로 일컫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느끼함과 서양의 대명사로 버터가 많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최근에는 BTS의 노래제목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나,
새해 아침, 2022년을 힘차게 맞이하겠다는 마음으로 어머니와 함께 부지런히 동네 뒷산을 올랐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르곤 했지만, 새해라는 생각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어둠을 뚫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정상에 도착했다. 어둠을 살라 먹고 떠오르는 밝은 태양을 보며 나는 호랑이와 아버지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임인년 새해가 호랑이 해이기 때문이고, 매년 아버지 당신이 새해를 맞이하던 바로 그 장소에 이제는 내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내 아버지는 나에게 당신의 소중한 “말씀”들을 남겼음을 알게 되었다. 그 말씀들이 여전히 살아 내 삶의 분명한 이정표가 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병·의원 전문 관리회계, 인사 노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을 하며 어려움에 부딪히면 “전공도 아니고, 의료진도 아닌 내가 왜 이런 걸 하겠다고 한 것일까?” 한탄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 마음이 생기면 법학이 전공임에도 사법고시 대신 외무고시를 공부하고 2차에 떨어진 내게 당신이 해주신 말씀이 떠오른다. “금광에서 금을 캐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금광인지 알지 못하는 곳에서 금광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만 가치 있는 일이다. 네가
‘Seoul Snow Jam’ 이라는 대회가 2009년에 열리면서, 광화문 광장에 13층 높이의 스노보드 점프대가 건설되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리는 경기이니 국민들의 관심이 높았지요. 국가브랜드를 높이고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당시 많은 국민들과 언론에서는 그 아이디어 발상은 신선하나, 대회가 열리는 위치가 왜 광화문과 경복궁을 가리느냐,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만 많이 사용하고 교통체증을 유발하면서 소수 사람들을 위한 행사를 왜 하나라고 하는 비판적인 시선도 많았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같은 해 초에 열린 ‘Red Bull Snowscrapers’라는 스노보드 대회가 영향을 준 것 같은데, 검색해 동영상을 보니 엄청난 인파와 환호성이 가득하더군요.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2021년도에는 열리지 못하였으나, ‘서울국제 크로스컨트리 스키대회’가 뚝섬한강공원에서 2017년부터 진행되어 왔습니다. 2018년도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도 겸하는 대회였습니다만, ‘Seoul Snow Jam’과 비교를 하면 관심 밖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사이 스키와 스노보드 등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김연아를 비롯하여 쇼트
칼럼 ‘송년음악회’에서 ‘Memento mori!’를 화두로 삼았다(2018). 알 수 없는 종말에 한 살 더 다가가는 두려움을 잊자는 망년회(忘年會)가 아니라, 지난 한 해를 되짚어 반성하고 보내는 송년(送年)회로 하자는 이야기였다. 인생의 여정에서 “잊는 것(forget)보다 보내는 의식(bid the year out)”이 더 능동적이고 건강한 통과의례(Rite of Passage)가 아닐까? 2003년 개관한 대전예술의전당 후원회를 만들고 버거운 회장직을 10년간 역임하면서, 베토벤 9번 ‘합창 교향곡’ 연주회 참석이 송년의식 제1호가 되었다. 고금동서를 통하여 성인 성자가 붙은 유일한 악성(樂聖) 베토벤의 예술적인 성취와 음악사에 남긴 업적은 차치하고라도, 인간 의지의 승리에 대한 그의 확신과 열정에 우리는 고개를 숙인다. 관현악곡에 인간의 목소리를 접목하려는 시도는 일찍이 운명 교향곡에서 육성에 가까운 오보에 연주로, 다시 합창환상곡에서는 합창으로 실험했지만, 16년의 숙성기간을 거쳐 드디어 합창 교향곡으로 결실한 것이다. 제1에서 3악장까지 보통 교향곡보다 긴 45분쯤에 더하여, 다소 무질서(?)한 4악장 전주 부를 인내해야 비로소 베이스로 시작하
2021년은 Covid-19에 의해 2020년에 이어 삶의 특별함이 없이 지나간 해가 된 듯하다. 다시 시작한 새해가 2021년인가 싶은 생각이 스쳐가기도 하는 것을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건망증이 잦아진 것으로 자책하기 보다는 코로나때문이려니 핑계를 댈 수 있어서 다행이기도 하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아주 쉽고 익숙한 말이 있다. 시간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소중한 시간을 특별함이 없이 지나간 세월이 단순히 아쉽기도 하였겠지만, 특별함 없는 범상(凡常)이 어떤이에게는 다행이거나 복이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는 슬픔과 아픔을 주었을지도 모르는 지구촌의 멈춘듯 멈추지 않은 병적 시간이었다. 아직은 종식이라는 단어를 쓸수 없는 상황이지만 한 해가 끝나고 새해를 맞이하는 상황에 희망적인 의미로 “시간이었다” 과거형으로 서술하였다. 만 2년의 Pandemic을 겪으며 새로운 식당과 병원의 출입 방법, 새로운 수업 방식과 평가방법, 새로운 회의와 소통의 방법 등 수많은 새로움을 익히는 시간을 지내고 있다. 새로움이 익숙해져가는 즈음, 눈과 입을 통해 의미를 담아 대화하던 많은 순간들은 키오스크로 대체가 되어 손가락을 사용하는 일이 더 잦아
계절의 굴레 속에서 立冬(입동)을 지나는 이때쯤이면 아침으로 제법 쌀쌀한 기온으로 주위에서 환절기로 생체기를 겪으며 겨울을 무난히 지내기 위해 면역력을 키우고 있는 우리네 인간들이 거룩해 보이는 요즈음……. 모든 자연의 생명들도 새로운 시작을 위해 나뭇잎을 떨구거나 동면을 통해 지혜를 실천하고 있음을 바라보며 인간들도 1년 간의 매무새를 정갈하게 비우고 내려놓는 마무리를 통해 자연의 흐름 속에서 나는 과연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백팔 배와 瞑想(명상)을 끝내고 돌아앉아 맑은 차를 마시며 想念(상념)에 잠겨 본다. 오래 전부터 행해오고 있는 이러한 닦음을 통해 투명해진 나에게 무엇을 남기고 또 어떠한 숙제로 남았을까 생각해 본다. 수많은 법정(法頂) 선사의 말씀 중에 “자기 자신만의 투철한 질서를 가지고 『홀로 있음』을 경험하면서 자유인이 돼라!”는 귀한 가르침이 있는데, 이는 걸리적거리는 주위환경을 잠시 물리치고 자신을 들여다보고 맑게 하는 닦음을 통해 沈默(침묵)의 의미를 담으라는 큰 가르침으로 이를 잘 담아내고 있는 내 자신이 대견스럽게 여겨진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부처가 태어나자마자 일갈했다는 『天上天下唯我獨尊(천상천하유아독존)』
나는 공중보건의로서 꽃동네라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치과의사로서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당시의 충북 음성 꽃동네는 무려 2500명의 사람들이 입소하여 살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은 행려병자, 고아, 장애인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정부와 카톨릭 교계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는 장소였다. 입소의 기본적인 요건이 무연고였으니 얼마나 결핍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봉사자분들, 수녀님과 수사님, 신부님들의 헌신과 희생이 물이라면 꽃동네에 입소해 계신 분들은 콩나물과 같은 존재였다. 콩나물 시루에 물을 부으면 전부 다 밑으로 빠지는 것 같지만 콩나물은 시나브로 자란다. 옷을 입고 벗는 법, 물건을 탈착하는 법과 같이 쉽고 간단한 일도 수십 번은 반복하여야 겨우 습득하는 사람들이 꽃동네의 입소자들이었다. 많은 노력과 시간과 재원을 부어야 겨우 걸음마를 뗄 수 있는 작은 영혼들이 나름의 재활을 꿈꾸며 한 걸음 한 걸음을 떼는 곳, 그런 꽃동네는 입소자들에게 맞춤형 보행기와 같은 존재였다. 그 곳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수녀님, 수사님, 신부님들은 모든 것을 그저 주려고 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그 분들은 대가를 바라지 않으셨다. 대가
“1도 없다.” 인터넷에서 유행처럼 퍼지더니, 요즘은 일상 대화에서도 자주 쓰이는 말이 되었습니다. 사전에는 아무리 찾아도 없는 표현인데, “하나도 없다.” 보다 더 단호함을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19세기 이탈리아 수학자 주세페 페아노(Giuseppe Peano)가 제시한, 자연수 집합을 정의하는 5가지 공리에 의하면, 숫자 1은 자연수의 시작점이자, 자연수 집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본수입니다. 숫자 1이 갖는 상징성은 아주 많습니다. 생활 곳곳에서 사용되는 1의 의미 중 긍정의 의미로는 [시작], [처음], [최고], [으뜸] 이 아닌가 합니다. 부정적인 의미로도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외톨이], [독선], [이기적] 등입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서로 다른 개성들이 모두 존중받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결집된 힘을 모으기가 수월해질 수 있는 것은 초고도 정보화 사회가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나 보다는 둘이, 둘 보다는 셋이 모이면 더 강한 저항력과 억지력이 생긴다는 것도 쉽게 알게 되었습니다. 치과의사 3만 2천명 보다, 치과계 15만 명이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둘 이상이 한 뜻
한강의 발원지는 강원도 태백시 금대봉 중턱의 검룡소(儉龍沼)로, 한강의 본류는 강화해협 부근의 황해로 흘러든다. 한강이 깨끗하려면 한강 본류로 흘러드는 수십 수백 개의 지천(支川)들이 깨끗해야 한다. 각 지천들이 오염되면 그 오염수가 한강 본류를 오염시킨다. 모든 물길이 하나의 본류로 연결되어 있듯이, 세계 각국의 하늘 길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우한의 코로나19는 이 길들을 따라 세계에 퍼졌다. 2020년 1월 20일 우리나라에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한 이후 이제 만 2년이 다 되어간다. 2022년 1월 5일 00시 기준 우리나라 누적 확진환자 수는 649,669명, 사망자 수는 5,838명으로, 전일 대비 확진환자가 4,444명 증가했고, 사망자는 57명 증가했다. 약 6개월 전인 작년 6월 17일 00시 기준 누적 확진환자 수 149,731명의 약 4.3배, 사망자 수 1,994명의 약 2.9배이다. 2022년 01.05. 09시 기준, 지구 전체의 누적 확진자 수는 총 290,310,468명, 사망자 수는 5,440,952 명이다. 세계인구 약 80억 중 약 3.75%가 확진되고, 약 0.068%가 사망한 셈이다. 확진자 수는 약 6개월 전인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