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국 교과서! 2020년 초, 코로나로 병원 임상실습이 잠시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누구에겐 단지 쉬는 기간이었을 수 있지만, 나는 부족한 과목을 열심히 읽었다. 2달동안 보존과 보철, 교정 교과서를 읽은 것이 국가고시 준비에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이었기에, 앞으로 이런 시간이 있을리는 없겠지만, 국가고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전 4학년 혹은 병원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1, 2학년 때 배웠던 내용을 교과서를 읽으며 다시 한 번 머릿속에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2. 체력 관리를 잘 하자! 본격적인 국가고시 공부 기간이 되면 모두 눈에 불을 켜고 공부를 시작한다. 하지만 국가고시 공부는 대략 100일에 걸친, 어떻게 보면 장기 레이스를 시작하는 것과 같다. 초반에 누구보다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과의 싸움인 시험 준비과정에서 오히려 막바지에 너무 빠르게 지쳐버릴 가능성이 크다. 워낙 공부할 양이 많기 때문에 처음에 바짝 공부하고 나중에 지쳐서 많이 까먹기보다는 체력 안배를 통해 막판에 공부했던 내용을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3. 기억의 한계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다양한 치과 마케팅 홍보 채널들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간판을 보고 내원해주시는 환자분들이 종종 계신다. 우리 치과에는 그 흔한 태블릿 PC 한 대 없다. 동의서는 모두 인쇄소에 맡겨 종이에 그려가며 설명하고 환자분께 펜을 건낸다. 펜 끝에서 나오는 잉크는 언제나 솔직하다. ‘자 이제 본을 뜰거에요. 움직이지 말고 4분 동안 악 물고 계셔야해요.’ 기다림의 시작이다. 근관치료를 위한 여러번의 내원과 치아 프렙. 이번에 새로 산 bur가 잘 해줬겠지? 성적표를 받기 전의 기분. 환자도 나도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진료실에 조용히 울려 퍼진다. ‘쩍’ 트레이에 흘러 내리는 환자의 침을 빠르게 돌려 닦는 직원의 손놀림은 늘 건조하다. 기대반, 걱정반으로 인상체를 면밀히 살피고 입을 헹굴 수 있게 체어를 올린다. 최첨단 디지털 시대이다. 다양한 방식의 구강 스캐너가 널리널리 보급되고 있다. 몇 천만원에 구강 스캐너와 CAD/CAM 밀링머신까지 패키지로 판매하는 영업사원들은 더 이상 나를 찾지 않는다. 환자가 입을 벌린채 그 위에 3D 프린터로 크라운을 직접 쌓아올린다 하더라도 교합오차는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개똥철학을 가
모처럼 얻은, 3월 1일이 포함된 연휴를 마치고 화요일 출근을 하였다. 이틀을 쉬어서였을까? 아침 일찍부터 틀니가 부러졌다고 오신 분부터, 넘어져서 앞니가 깨졌다고 오신 분, 쉬는 날이라 스케일링 받으러 오셨다는 분 등등 모처럼 하루 종일 환자가 많은 날이었다. 코로나 시대에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는데, 이틀 연휴 효과가 큰 건가 싶었다. 일본에 사는 교포인데, 한국에서 치과치료를 받고 싶어 오셨다는 분도 계셨는데, 현금을 내고 영수증도 필요 없다고 하신다. 모처럼 운수 좋은 날이었다. 수요일 아침에 아내와 함께 출근을 하는데, 휴대전화에 안전 안내문자가 마구 날아왔다. “인천 서구청 몇 번째 확진환자 몇 명 발생.” 몇 천 번, 몇 만 번 받아봤을 문자를 가볍게 지우고, 출근하였다. 어제의 모습은 사라지고, 평소의 치과모습을 되찾아 평온하던 오후,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어제 오전에 치과에 확진자가 다녀갔으니, 잠시 후 검사관들이 치과에 갈 예정입니다.” 아! 갑자기 하늘이 노랗다. 어제 그 환자를 진료한 사람은 아내였고, 나는 아니었다. 아내와 직원이 검사를 받으러 가야 하고,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갑자기 어디로 자가격리를 들어가지?
1990년에 치과의사가 되었으니, 벌써 30년이 넘었다. 열정이나 의욕은 넘쳤으나 경험이나 기술은 부족했던 새내기 치과의사를 뒤로 하고 이제는 중견을 넘어 원로 치과의사라는 소리를 들을 나이니 세월은 참 유수와 같다. 치과의사란 직업이 필자에게는 천직같이 느껴지고 보람을 갖고 살아왔지만 그동안 말 못할 어려움도 많았었다.(모든 치과의사들이 다 그렇겠지만) 하지만 다른 직업에서도 다들 남모를 어려움이 많은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근에는 공무원이나 연예인이 어린이장래희망 1,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치과의사의 인기선호도는 상위권이지만 예전 같지는 않다. 이제는 부와 명예를 보장해 주는 직업은 없다. 어린이에게 인기 있는 연예인이란 직업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차이는 천차만별이다. 즉 이제는 무엇을 하는 시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하는 시대라 생각한다. 70-80년대만 하더라도 치과의사만 되면 어느 정도 부와 명예를 보장해 줬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치과의사의 개원률 대비 폐업률은 60%에 이를 정도로 녹록하지가 않다. 치과의사도 다른 직종과 마찬가지로 약육강식의 무한 경쟁시대에 돌입한지 오래다. 이제는 치과의사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치과의
2020년 여름이었다. 치과대학에서 공부하며 연구 활동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던 중, 기초학을 하고 계신 친한 선배님의 권유로 우리는 치과생체재료학교실 학생 연구원이 되었다. 학부생의 신분으로 연구활동의 경험이 쉽게 오지 않는 기회임을 알고 있었기에, 꼭 성과를 내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감과, 아직 본과 2학년으로, 치의학에 대해 배울 것이 아직 많이 남은 상태로 어떤 연구와 실험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가진 채 연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열심히 임하겠다는 각오와 포부를 가지고, 지도 교수님이신 배지명 교수님, 교실에 계신 박사님, 선배님과 함께 평소 관심 있었던 연구 주제에 대해 토론해보고, 많은 논문들을 살펴보며 현재 치의학 분야의 연구 동향도 파악하고, 본 교실의 연구 방향과도 일치하며, 현 실험실에서 가능한 연구들을 고심해 보았다. 치주염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면서,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천연물질을 모색하다, 4478종의 한국 자생식물을 스크리닝 하여 가장 탁월한 항균력을 보인 토란을 활용한 추출물의 효능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되었다. In vitro로 추출물의 항균력과 세포독성을 살펴보기 위해, 직접 clean bench에 앉아 능숙
최근 치과의사를 폭행한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하였습니다. 저도 같은 치과의사로서 매우 안타깝고 “혹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불안한 생각이 듭니다. 치과의사들은 항상 환자의 직접적인 폭행은 아닐지라도 간접적 폭행인 언어폭력, 협박 등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저는 우선 ‘왜 환자가 의사를 폭행하게 되었을까?’라는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의 문제뿐만 아니라 과거의 문제들 대다수가 환자와 의료인간의 계속된 갈등 끝에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적절한 대처와 예방이 있었더라면, 극단적인 상황만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과거에 환자들은 의학적인 정보가 부족했고 상대적으로 의료진의 위상은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환자의 정보 접근이 쉬워지고 커뮤니티 등을 통한 정보의 공유가 자유로워졌습니다. 그만큼 환자의 덴탈아이큐도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대응은 아직 과거에 머물고 있으며,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시절만 생각해보아도 환자와의 갈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이야기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아직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만약 환자
국시가 끝나고 보름이나 지난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참 빠른 것 같다. 인턴 접수부터 짐 정리나 인수인계까지, 시험을 마치면 마냥 편하게 쉴 수 있을 줄 알았건만, 무료하지 않은 마지막 방학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 일정도 줄줄이 취소되어 울적해하던 찰나, 시기적절하게 헬스장이 재개장한 덕분에 잔여 회원권을 소진하는 처지가 된 것이 그나마 소소한 재미랄까. 오늘도 어김없이 무료한 오후를 보내다 오랜만에 영화를 볼까 싶어 가까운 영화관을 찾았다. 가장 인기가 많은 작품을 골랐는데도 텅 빈 상영관을 보며, 코로나 덕분에 전세 낸 듯 편하게 관람하는구나 싶어 씁쓸한 웃음이 핀다. 오늘 선택한 영화 ‘소울’은 음악 선생님인 ‘조 가드너’가 겪게 된 다이나믹한 하루 속에서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평범한 일상과 세상의 소중함을 그린,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 재밌는 작품이었다. 재즈 음악이 나오니 ‘라라랜드’를 닮으면서도 교훈은 ‘어바웃 타임’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추억을 떠올리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다. 작중 조는 본인의 삶을 따분하다고 여겼으며 꿈꾸던 무대에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에도 기대
사람들은 ‘첫’이라는 수식어를 참 좋아한다. 그만큼 의미도 크고 기억에 가장 많이 남기 때문이다. 첫사랑, 첫눈, 첫술, 첫출근, 첫월급... 처음이라는 색다름의 아찔함 때문인지 아니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이여서 그럴까, ‘첫‘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그에 따르는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함께 공유하고 있는 ‘첫’경험이 있을 것이다. 바로 첫사랑 말고 첫환자 이야기이다. 작년 초에 화이트코트 세러모니를 통해 흰색 가운과 함께 예비치과의사 선서식을 마치고 새로운 배움터, 병원에 등원을 하였다. 그간 이론을 통해 배웠던 내용들을 실제로 교수님들께서 하시는 것을 보고 새로웠던 점, 신기했던 점도 많았고 앞으로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설렘과 함께 걱정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나의 차례가 다가왔다. 원내생 진료실에서의 진료의 기회가 드디어 우리에게 주어졌다. 치과대학 생활을 하면서 하루 빨리 환자를 보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막상 영예의 첫환자를 선택하는데 어려웠다. 여기서 나의 인간관계는 시험대에 올라섰다. 마침 얼마 전에 필자의 소개팅 주선으로 연애에 골인한 친구가 생각이 나서 부담없이 연락을 하여 초진 그리고 스케일링
하루 일과를 마치고 아들 셋까지 재운 뒤, 워킹맘인 나는 책상에 앉는다. 보다가 잠들게 뻔하지만 그래도 보겠다고 책을 펼치는데... 순간 뇌리에 꽂힌 이 말... ‘손실장, 이번에 내가 손실장 자르려고 했어~!’ 오늘 오전에 원장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일한지 두 달 만에 내 목이 날라갈 뻔 했다. 사연을 말하자면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우리 원장님은 대학병원에서 작년에 정년 퇴직하신 후 처음으로 개원이란 걸 하셨다. 나는 경력도 짧고, 나이는 많고, 아들이 셋인데 막내는 돌쟁이라는 악조건 속에 집 근처 오분 거리에 치과가 오픈한다는 구인글을 보고 면접을 보러갔다. 나의 악조건에도 1차 면접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원장님이 검색해보면 나오는 유명한 분이시며, 후원회 활동도 활발하게 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집에 와서 생각했다. ‘그렇게 유명하시고 훌륭하신 분이...왜 강남이 아닌 의정부에 치과를 차렸을까? 나의 악조건도 마다하지 않고 이따 원장님과 2차 면접을 보자고 하셨는데, 혹시 후원회명목으로 사기(?)는 아니겠지...설마...’ 나는 2차 면접에 원장님을 직접 뵌 후에야 사기가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원장님 얼굴을 면접으로 직접보기는
모든 요리가 라면 끓이는 것처럼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요리하는 일은 번거롭다. 새로운 요리법을 확인하고 음식 재료를 사다가 손질해 요리해 음식을 먹는 것까진 괜찮은데, 싱크대에 수북이 쌓여 있는 설거짓거리와 또 씨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수 끓여 먹는 라면보다는 남이 끓여준 라면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평소 채소를 즐겨 먹는다. 싱싱한 상추쌈과 고기 중에 하나를 골라 먹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상추를 고를 것이다. 그래서 명절 밥상에 LA갈비가 올라오면 한두 점 집어먹는 게 전부였다. 그런 내가 갈비를 집에서 직접 요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추석 연휴가 끝나고 출근길에 들었던 한마디의 말 때문이었다. 추석을 앞두고 퇴근 후 타이어전문점에 들렀다. 군산까지 장거리를 달려야 하는데 뒷바퀴 마모가 심해 타이어를 교환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작은 형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 추석엔 고향에 내려오지 말고 집에서 그냥 쉬어.” “안 내려가면 고생 안 하고 나야 좋긴 한데… 알았어요. 형. 어머니하고 통화해볼게요.”라고 전화를 끊었다. 생각해보니 지난 설 연휴 때는 우리 가족만 베트남 여행 간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치과에서 전문적인 일을 하시는 치과위생사 선생님을 보면서 치과위생사의 꿈을 키워왔습니다. 원하던 학과에 입학해서인지 전공 공부가 저에겐 너무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수업 시간에 교수님 말씀을 한 글자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집중하고, 필기를 습관화하면서 수업을 들으니 나중에 다시 복습할 때에도 어려움 없이 교과서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국가고시가 다가오면서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는데 코로나도 겹쳐 학교 수업에도 문제가 생겼고 집중력도 떨어져서 7월부터 독서실을 다니며 국가고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저의 최종 목표는 포기하는 과목 없이 전 교과목을 전체적으로 복습하고 국가시험을 치러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한 달 목표로 일주일에 교과서 2권을 정독하고 정리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하루마다 해야 할 분량을 정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1교시에 치러지는 치아 형태학, 두경부 해부학, 구강조직학, 구강병리학 등 순서대로 복습해 나갔고, 처음부터 외우는 게 아니라 여러 번 천천히 읽고 교과서 내용을 이해한 후에 중요한 부분을 암기했습니다. 한 권씩 끝날 때마다 문제집을 풀면서 틀린 문제는 보기 하나씩 체크하면서 왜 틀렸는지를 꼼꼼하게 정리했습니다.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