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치주질환
얕보면‘큰 코’
구강 박테리아 태반 이동 유산 유발
치주질환이 임신부의 조산위험을 높인다는 기존 학설에서 더 나아가 심할 경우 유산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구강 박테리아가 혈류를 통해 신체 각 기관에 질환을 일으킨다는 원리가 동일하게 적용되는 가운데, 특히 감기 등으로 인해 신체의 면역체계가 무너지는 순간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 치의예과 연구팀이 ‘산부인과학 저널(Journal of Obstetrics & Gynecology)’ 최신호에서 임신한 여성의 치주질환이 자궁 속 태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뉴스 투데이가 최근 보도했다.
연구팀은 첫 번째 임신에서 유산을 경험한 35세 여성에게서 치태를 검출한 뒤 여기에서 나온 구강박테리아와 죽은 태아에서 나온 박테리아를 비교분석했다.
실험결과 표본이 된 여성의 치아에서 ‘푸소박테륨 뉴클리어튬(Fusobacterium Nucleatun)’이라는 간균성 구강 박테리아가 발견됐으며, 죽은 태아의 폐와 간에서도 동일한 박테리아가 검출됐다. 연구팀은 태아가 구강박테리아에 의한 폐혈성 감염으로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발견된 구강 박테리아가 충치 및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주요원인이라고 밝히고, 추가적인 동물실험을 통해 구강 박테리아가 잇몸출혈 등의 증상 시 혈류를 통해 태반까지 이동해 태아의 사망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보통 임신한 여성들의 75% 정도는 호르몬 변화로 인해 잇몸출혈 등 잇몸질환의 증상을 겪게 되는데, 실험 대상이었던 여성 또한 심한 잇몸출혈 및 치은염 증상 등을 앓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핑 한 교수는 “보통 산모의 면역체계는 혈류 속 박테리아가 태반에까지 미치는 것을 방어할 수 있는데, 실험에 참가한 산모의 경우 유산 몇일 전 심한 고열 및 감기증상 등으로 인해 신체의 면역체계가 약화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임신한 여성은 태아가 건강하게 태어날 때까지 치주질환 치료 등 구강건강에 대한 예방을 철저히 하며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핑 한 교수는 “이번 연구는 평소 구강 박테리아가 혈류를 통해 이동한다는 기존 주장들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선 연구에서는 치주질환이 있는 여성의 경우 조산의 위험이 4.28배,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2.30배 높은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전수환 기자 parisie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