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휴가 때, 아내와 함께 체코 프라하로 여행을 떠났다. 13시간 가량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프라하는 어두컴컴한 저녁이었다.
우선 공항에 있는 통신사에서 유심칩을 구매하고, 공항버스표를 끊어서 예약한 호텔로 출발하였다. 너무 피곤했기에 첫 날은 짐을 풀고, 바로 숙면에 취했다. 숙소에서 간단히 조식을 먹은 뒤, 여행사에서 프라하 시내를 구경시켜주는 투어를 따라다니면서 설명을 들었다.
바츨라프 광장에서 시작하여 무하 박물관, 비타 성당, 까를교 등을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를 들으니까 재미있었다. 얀 네포묵 성인의 이야기, 비타의 이야기 등을 듣고 나서 전시물을 보니까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체코도 겨울이라서 엄청 추웠었는데, 10시간 가량 가이드를 따라다니느라 힘들었지만, 여행 가이드도 참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둘째 날은 자유여행이었다. 이번에는 둘이서만 프라하를 한 번 더 보기로 했다. 구시가지 광장에 다시 들렀다가 변신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동상도 보고, 유대인 지구도 둘러보았다. 다리를 지나 카프카 박물관에도 가보았고, 유명하다는 음식들도 먹어보았다. 핫윙이 유명하대서 먹어봤는데, 우리나라 치킨이 더 맛있었던 것 같고, 족발 비슷한 것도 먹어보았는데, 크게 감동적이진 않았다. 체코가 맥주 소비량이 1위인 나라라서 코젤, 필스너, 버드와이저 등 유명한 맥주들이 있다길래 먹어보았는데, 집에서 즐겨먹는 기네스보다 맛있는 것은 없었던 것 같다. 고국의 음식이 그립다는게 어떤 건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나마 우리가 묵었던 호텔 조식이 가장 맛있었다.
셋째 날은 코트나호라라는 곳을 갔다. 사실 이날 체스키 까르믈르프라는 곳을 가기로 했었는데, 날짜를 착각하여 까맣게 잊고 있었다. 여하튼 코트나호라라는 곳은 여행책을 보니 해골성당도 있고, 비타 성당도 있고 해서 볼거리가 있겠다 싶어서 가기로 하였다. 해골성당은 안에 해골들로 장식을 해놓았는데, 내부는 크지 않았다. 그 다음은 시내버스를 타고, 비타성당으로 이동하여 구경하였다. 프라하에 있는 비타성당보다는 크기가 작았고, 볼 것도 적었지만 나름 유명한 곳이라고 해서 들러보게 되었다. 그런데 오는 길에 예상보다 버스 대기시간이 길어져서 기차시간을 놓칠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이런 것도 여행의 묘미겠거니 생각하였다.
넷째 날은 체스키 끄르믈르프라는 곳을 가게 되었다. 다른 신혼부부 한 팀이랑 같이 이동하였는데, 가이드랑 이야기하면서 잘 보냈던 것 같다. 역시 알고 봐야 더 크게 와닿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장미 문양의 의미, 성벽의 비밀, 페스트 청정지역이어서 다른 곳과는 다르게 추모비가 아닌 기념비라는 사실 등 여러 이야기들이 곁들여지니까 여행이 보다 풍성했던 것 같다. 이곳에서 먹었던 숭어는 체코에서 먹었던 것 중에서는 가장 맛있었다. 이곳에 있던 에곤 쉴레라는 화가의 작품들도 구경하였는데, 에로티시즘의 대가답게 외설적인 그림들이 충격적이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공항까지 가는 버스를 찾아본 뒤, 잠 들었다. 프라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공연이었다. 첫째는 돈 조반니 마리오네트 공연이었는데, 인형들을 사람이 조작하면서 공연을 하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 보아서 신기했었다. 둘째는 라 트라비아타라는 오페라였는데, 프리마 돈나 공연답게 소프라노의 기교가 대단해서 감동받은 공연이었다. 까를 교에서 얀 포네묵 성인의 조형물을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소원을 들어준다길래 소원도 빌었다. 여러모로 즐거운 여행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