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첫’이라는 수식어를 참 좋아한다. 그만큼 의미도 크고 기억에 가장 많이 남기 때문이다. 첫사랑, 첫눈, 첫술, 첫출근, 첫월급... 처음이라는 색다름의 아찔함 때문인지 아니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이여서 그럴까, ‘첫‘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그에 따르는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함께 공유하고 있는 ‘첫’경험이 있을 것이다. 바로 첫사랑 말고 첫환자 이야기이다. 작년 초에 화이트코트 세러모니를 통해 흰색 가운과 함께 예비치과의사 선서식을 마치고 새로운 배움터, 병원에 등원을 하였다. 그간 이론을 통해 배웠던 내용들을 실제로 교수님들께서 하시는 것을 보고 새로웠던 점, 신기했던 점도 많았고 앞으로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설렘과 함께 걱정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나의 차례가 다가왔다. 원내생 진료실에서의 진료의 기회가 드디어 우리에게 주어졌다. 치과대학 생활을 하면서 하루 빨리 환자를 보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막상 영예의 첫환자를 선택하는데 어려웠다. 여기서 나의 인간관계는 시험대에 올라섰다. 마침 얼마 전에 필자의 소개팅 주선으로 연애에 골인한 친구가 생각이 나서 부담없이 연락을 하여 초진 그리고 스케일링
하루 일과를 마치고 아들 셋까지 재운 뒤, 워킹맘인 나는 책상에 앉는다. 보다가 잠들게 뻔하지만 그래도 보겠다고 책을 펼치는데... 순간 뇌리에 꽂힌 이 말... ‘손실장, 이번에 내가 손실장 자르려고 했어~!’ 오늘 오전에 원장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일한지 두 달 만에 내 목이 날라갈 뻔 했다. 사연을 말하자면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우리 원장님은 대학병원에서 작년에 정년 퇴직하신 후 처음으로 개원이란 걸 하셨다. 나는 경력도 짧고, 나이는 많고, 아들이 셋인데 막내는 돌쟁이라는 악조건 속에 집 근처 오분 거리에 치과가 오픈한다는 구인글을 보고 면접을 보러갔다. 나의 악조건에도 1차 면접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원장님이 검색해보면 나오는 유명한 분이시며, 후원회 활동도 활발하게 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집에 와서 생각했다. ‘그렇게 유명하시고 훌륭하신 분이...왜 강남이 아닌 의정부에 치과를 차렸을까? 나의 악조건도 마다하지 않고 이따 원장님과 2차 면접을 보자고 하셨는데, 혹시 후원회명목으로 사기(?)는 아니겠지...설마...’ 나는 2차 면접에 원장님을 직접 뵌 후에야 사기가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원장님 얼굴을 면접으로 직접보기는
모든 요리가 라면 끓이는 것처럼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요리하는 일은 번거롭다. 새로운 요리법을 확인하고 음식 재료를 사다가 손질해 요리해 음식을 먹는 것까진 괜찮은데, 싱크대에 수북이 쌓여 있는 설거짓거리와 또 씨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수 끓여 먹는 라면보다는 남이 끓여준 라면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평소 채소를 즐겨 먹는다. 싱싱한 상추쌈과 고기 중에 하나를 골라 먹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상추를 고를 것이다. 그래서 명절 밥상에 LA갈비가 올라오면 한두 점 집어먹는 게 전부였다. 그런 내가 갈비를 집에서 직접 요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추석 연휴가 끝나고 출근길에 들었던 한마디의 말 때문이었다. 추석을 앞두고 퇴근 후 타이어전문점에 들렀다. 군산까지 장거리를 달려야 하는데 뒷바퀴 마모가 심해 타이어를 교환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작은 형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 추석엔 고향에 내려오지 말고 집에서 그냥 쉬어.” “안 내려가면 고생 안 하고 나야 좋긴 한데… 알았어요. 형. 어머니하고 통화해볼게요.”라고 전화를 끊었다. 생각해보니 지난 설 연휴 때는 우리 가족만 베트남 여행 간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치과에서 전문적인 일을 하시는 치과위생사 선생님을 보면서 치과위생사의 꿈을 키워왔습니다. 원하던 학과에 입학해서인지 전공 공부가 저에겐 너무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수업 시간에 교수님 말씀을 한 글자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집중하고, 필기를 습관화하면서 수업을 들으니 나중에 다시 복습할 때에도 어려움 없이 교과서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국가고시가 다가오면서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는데 코로나도 겹쳐 학교 수업에도 문제가 생겼고 집중력도 떨어져서 7월부터 독서실을 다니며 국가고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저의 최종 목표는 포기하는 과목 없이 전 교과목을 전체적으로 복습하고 국가시험을 치러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한 달 목표로 일주일에 교과서 2권을 정독하고 정리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하루마다 해야 할 분량을 정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1교시에 치러지는 치아 형태학, 두경부 해부학, 구강조직학, 구강병리학 등 순서대로 복습해 나갔고, 처음부터 외우는 게 아니라 여러 번 천천히 읽고 교과서 내용을 이해한 후에 중요한 부분을 암기했습니다. 한 권씩 끝날 때마다 문제집을 풀면서 틀린 문제는 보기 하나씩 체크하면서 왜 틀렸는지를 꼼꼼하게 정리했습니다. 저
옛날부터 ‘웃으면 복이 와요.’ 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지만, 어른이 되어 생활하면서 언제부터인가 ‘웃음’의 횟수가 줄어들고, 언제 웃었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는 일상이 당연히 여겨지게 된 것 같습니다. 2020년은 정말 다사다난(多事多難) 했습니다. 연초부터 코로나가 돌기 시작하면서, 안전을 위해 서로 거리를 두게 되고, 그러면서 잃게 된 평범했던 일상들이 너무나 간절한 소원으로 변하였습니다. 게다가 그 여파를 겪으면서 여러 직종에 종사하던 분들도 힘든 겨울을 맞이하게 된, 지금까지 이런 상실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나 싶은 한 해였습니다. 자연히 힘든 일상 속에서 가뜩이나 적었던 웃음 또한 잃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업무를 보면서도 예전처럼 에너지를 발휘하기 힘든 악순환에 빠져, 침잠된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울 힘도 많이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웃음이 지닌 힘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아는 한 선배님은 아침 출근 전에 자가용 안에서 누가 보면 정신 나간 사람 아닐까 싶을 정도로, 1-2분 정도 억지로라도 웃으신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신기하게도 그날 하루 기분이 좋아지고, 상쾌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하십니다. 저는
코로나로 인해 예전에는 쉽게 할 수 있던 것들이 대부분 제한되면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높은 수준의 인터넷 망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감사히 여기며, 동영상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여 여가시간을 즐기고 있다. 요즘 즐겨보는 것은 ‘삼국지(三國志)’의 장편 드라마 버전인데, 어릴 적부터 추천 도서로 알고는 있었지만 10권 정도 되는 분량이라 항상 ‘도원결의(桃園結義)’ 정도까지 보다가 그만두곤 했던 작품이다. 지금은 치과의사 국가고시를 코앞에 둔 수험생 신분으로 공부만 빼면 모든 것들이 재밌어 보이는 상황이 되었고,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집에 돌아오면 한 편씩 보면서 그들이 처한 상황을 함께 고민해보다 잠자리에 드는 것이 하루의 소소한 낙이 되었다. 주말이 되면 일주일을 열심히 보낸 나에게 상을 준다는 의미로 ‘퀸스갬빗(The Queen’s Gambit, 2020)’이라는 드라마를 한 편 본다. 1950-7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데, 약간은 빛이 바랜 듯한 영상미와 함께 ‘체스(chess)’라는 특별한 소재가 굉장히 흥미롭다. 내용도 내용대로 재미있지만, 해외여행이 거의 불가능에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모태신앙은 아니지만 20년동안 기독교인으로 살아오며 속해 있는 기관 또한 기독교 정신에 기반한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이다 보니 성경 말씀 중 창세기 정도는 수없이 읽어보았다. 위에 말씀은 개역개정 성경의 창세기 1장에 28절 말씀이다. 해당 성경말씀의 ‘다스리라’라는 단어는 영문 번역 번 중 King James Version을 보면 “have dominion over”라고 번역이 되어 있다. 많은 이들이 이 dominion이라는 단어를 dominate라는 단어와 혼돈하여 군림하는 conquer와 같은 의미로 이해하고 있으나 사실은 통치하는 개념인 govern에 가깝고 실제로 다른 영문 버전인 New International Version에서도 이를 “rule over”라고 번역하고 있다. 동물을 보호하고 잘 조화롭게 사는 것은 종교를 떠나서 현대사회에서는 윤리적인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인간의 이득을 위하여 동물의 고통을 야기하는 일에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변화하고 있는 세상이다. 화장품의 경우 유럽에서는 동물에게 실험한 화장품의 판매를 2009년부터 부분적으로 판매 금지하였고
주제가 자유라는 수필 의뢰를 받고 글 재주가 없는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쓸까 매우 고민이 되었다. 나는 감염관리전문회사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1년은 모두에게 충격이었겠지만 내게도 큰 충격이었고 감염관리회사 연구원으로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 해였다. 그래서 코로나19와 나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우리 일상 사방천지를 둘러싸고 있는 코로나 스토리에 모두들 지쳐 있을 것 같아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써 볼까 한다. 최근에 유튜브에 온라온 강의 하나를 들었다. 주제는 ‘내 아이의 뇌에 어떤 스토리를 심어줄 것인가?’ 였다. 아이의 뇌 속에 어떠한 스토리를 만들어 주느냐에 따라 아이가 살아가는 힘이 달라진다는 내용이었다. 부모들이 많이 하는 실수 중에 아이의 강점을 살려주기 위해 아이가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해 부모 스스로가 믿는 스토리를 아이에게 강요한다는 것이다. 내 뜻대로 잘 따라오던 아이는 사춘기를 기점으로 스토리를 벗어나게 되고 부모는 내 스토리 안에서 벗어난 아이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는 강의 내용이었다. 내게는 초 3부터 사춘기를 겪고 있는 것 같은 13살 아들이 있다. (선배 부모들은 사춘기는 시작도 안했다는 절망적인 팩트로 나
요 근래 유튜브/왓차 등의 동영상 프로그램에서 가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MBC의 예능 프로그램 리얼 입대 프로젝트 진짜 사나이의 패러디물로 인터넷 방송인들이 지원하여 무사트 해군 특수전전단 훈련 과정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2020년 7월 9일, 1기의 1화가 공개되면서 대한민국 인터넷 방송 업계에 엄청난 파급력을 끼쳤고 지상파, 케이블, 종편을 비롯한 텔레비전 방송에도 자주 언급될 정도로 2020년 화제가 가장 많이 되었던 한국 방송 콘텐츠라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진짜 사나이 등의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었던 군인들의 미화된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예능 프로그램이기에 각색된) 일상과 훈련을 배제하고, 더 철저하게 실전처럼 특수부대 군인 본연의 정신력과 체력을 시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일반인이 감당하긴 힘들 훈련을 지원자들에게 부여하고 교관들이 1:1로 지원자들을 마크하면서, 종을 3번 치고 퇴교를 해서 훈련을 끝낼것인지, 힘들지만 계속 본인과의 싸움을 통해 육체적/정식적으로 고통받는 것을 참고 이길 것인지의 선택을 종용하고 있다. 필자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느꼈다. 과연 내 인생에서
치아나 사람마음에 금(Crack)이 가면 다시 예전 상태로 되돌아 갈 수 없다. 그 금(Crack)이 표면(겉부분 - 치아의 사기질이나 마음 겉 - superficial depth)에만 있다면 특이한 증상이 없다. 이 단계에선, 치료는 필요 없고 금(Crack) 유발요인에 대한 환기와 그 주의사항을 준수하도록 일러준다. 치아나 사람마음의 금(Crack)의 유발원인은 대개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보다 깊이(속부분 - 치아의 상아질 층이나 마음 내면) 그 금(Crack)이 진행되어 있는 경우, 겉으론 정상인 듯 보이지만 그 곳에 자극을 줄 때마다 아픔(동통 - painfulness)이 시작된다. 치아나 사람은 조금씩 무너져 간다. 특효 치료나 비법은 아직까지 없다. 예방이 최선이고, 금(Crack)이 생긴 경우 가능한 빨리 발견해서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보호(크라운 수복 - 경청과 공감, 격려)부터 해준다. 반드시 증상 진행여부를 관찰(Follow-up)해야 한다. 만약, 증상이 심해지면(치아 신경까지 금(Crack)이 진행됨 - 마음의 평안이 무너짐) 치아 신경치료(- 깊이 있는 공감 및 대화)도 해주어야 하며 이는 아픔을
나는 가정과 회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워킹맘이다. 가정에서는 결혼 14년차 가정주부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며, 회사에서는 예방치과 교육 및 컨텐츠를 기획하는 일을 한다.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고군분투 하던 2018년 어느 날 나에게 큰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우울증이다. 하루하루를 전투모드로 일을 쳐내는 마음으로 살아오다 보니 심신이 매우 지쳐있었다. 마음의 여유는 없었고, 가정과 회사에서 바라는 건 송유정이 아닌 ‘슈퍼 원더우먼’인 것 같았다. 때문에 일이 안되거나 내가 힘들어지면 타인을 원망하고, 나를 자책하며, 무기력했다. 이를 탈피하고자 남편에게 털어놓기도 하고, 심리치료사에게 상담도 받았다. 가족여행도 가고, 나를 위한 시간도 가져봤지만 그때뿐이었다. 좋아지는 것 같다가 혼자 있을 때면 공허하고 저절로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마음의 병을 탈피하는 방법들을 알아나가기 시작한 어느 날,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미라클모닝’을 접하게 되고, 마음의 병을 퇴치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시작하게 되었다. 시간에 쫓기는 일상이 아닌 새벽에 일어나 온전히 나를 바라보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생겼다. 저절로 아침시간이 여유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