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을사년(乙巳年)이 저물고 있다. 올해는 대한치과의사협회 창립 100주년이라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운 기념비적인 해였으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축배를 들기엔 너무도 엄혹했다. 밖으로는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전례 없는 의·정 갈등의 블랙홀이 모든 보건 의료 이슈를 집어삼켰고, 안으로는 당선 무효 1심 판결과 직무정지 가처분 인용이라는 초유의 사법 리스크가 리더십의 공백을 불렀다. 안팎으로 몰아친 거친 파도 속에서 치과계의 목소리는 묻혔고, 상처는 깊었다. 연말이면 으레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지만, 올해만큼 이 네 글자가 뼈아프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복합 위기’ 속에서 개원가의 경영 수지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인건비와 재료비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반면, 건강보험 수가는 물가 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하는 ‘실질 수가 마이너스’ 시대가 고착화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비급여 진료비 보고 의무화 등 정부의 ‘통제 만능주의’ 정책은 전문직의 자율성을 옥죄었고,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DB 마케팅 업체와 연계된 불법 덤핑 치과들의 ‘저가 미끼 영업’은 의료를 쇼핑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며 개원 질서를 뿌리째
시공(時空, Spacetime) 개념의 지속적인 변화는 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드라마틱한 개념적 혁신 중 하나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Democritus, BCE 460년경~370년경)의 시공간(時空間) 개념은 그의 원자론(Atomism)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후대 물리학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는 세계를 이루는 근본적인 요소가 ‘원자(atom)’와 ‘공허(void, 텅 빈 공간)’ 이 두 가지뿐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공간의 개념은, “세계는 오로지 ‘존재(Being)’만으로 가득차 있다”는 파르메니데스(Parmenides of Elea)의 주장에 반대하며, ‘없는 것(비존재)도 있는 것만큼이나 존재한다’고 선언했다. 여기서 ‘없는 것’이 바로 ‘텅 빈 공간, 즉 공허(void)이며, 공허를 인정함으로써 운동과 변화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원자들이 이 빈 공간을 다니면서 서로 충돌하고 결합하고 해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 공간(공허)은 원자의 운동을 담을 뿐, 물질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무한한 빈 확장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BCE 384-322)는 “사물이 없다면 공간이 없고, 변화가 없다면 시
쟝 블랑제리는 이수역에 지점을 둔 유명한 빵집이다. 그냥 유명한 빵집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한 빵집이다. 유명 백화점에도 입점해있다. 팥 빵 하나만 먹어봐도 그 빵집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일단, 빵이 무척 묵직하다. 뭘 넣었는지, 손바닥에 전해지는 중량감에 사장님께서 재료를 아끼지 않았음을 대번에 알게 된다. 적당히 달달한 팥이 빵 속 가득히 들어앉아 내 앞니의 커팅에 속절없이 잘린다. 찰진 빵의 식감은 대구치의 주름에서 뇌의 주름으로 직행하는 듯하다. 사실, 쟝 블랑제리의 사장님은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이 아실만한 유명한 치과의사의 동생분이시다. 내가 쟝 블랑제리를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재료학 강의 시간 중이었다. 당시 강의에 들어오셨던 치과의사분께서 쟝 블랑제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리고 그 치과의사분께서 유명해지셨다. 쟝 블랑제리는 낙성대에 있는 빵집이었다. 빵이 맛있기로 입소문이 자자하였고 특히 서울대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다. 낙성대에 있는 빵집의 봉투가 혜화의 서울대병원에서도 종종 발견되었다고 한다. 치과의사인 형의 존재가 쟝 블랑제리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쟝 블랑제리의 빵들은 화려하지 않다.
치과의사로서 나는 행복한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우리 모두는 그다지 능숙치 못하다. 우리의 마음은 그 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기에, 다소 인위적인 성찰 없이는 그 내면의 상태를 명쾌하게 규명하기 어렵다. 이때 우리는 철학이라는 소중한 수단의 도움을 받게 된다. 철학의 임무는 우리 각자가 원인 모를 불행과 우울을 해석하도록 도와주고, 그 해석에 기반하여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역사속의 수많은 철학자들 중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몰두했던 분으로서 나는 주저없이 에피쿠로스를 꼽는다. 쾌락주의라는 사조를 열었던 에피쿠로스는, 인생의 의미를 “쾌락을 느끼는 것”으로 정의할 정도로 만족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해 힘썼다. 기존의 철학자들이 정신적인 것에 몰두하느라 금욕을 강조했던 것과 다르게 에피쿠로스는 감각적인 쾌락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쾌락이 행복한 삶의 시작이자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쾌락 그 자체를 추구했던 에피쿠로스는 실제로 방탕하고 사치스러운 삶을 살았을까? 결코 아니다. 에피쿠로스의 삶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금욕주의자들의 삶과 크게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절제되어 있었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은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OECD 28개국 중 6위로 경쟁력이 있으나, 전체 고용의 70%를 담당하는 서비스업은 26위로 매우 낮다. 이 낮은 생산성은 국내 저성장률의 주요 요인이다. 치과 개원가 역시 과도한 경쟁, 낮은 건강보험 원가 보전율(66%), 비급여 수가 급락, 고정비 지출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4년 개원환경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0.4%가 전년 대비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고 한다. 이러한 침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안면 미용 시술, 기능치의학 등 새로운 진료 영역 개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돌파구는 생산성 향상이며, 이를 위해 진료와 경영에 AI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개원의 사례는 새로운 해답이 될 수 있다. AI 바람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성공적인 AI 덴티스트리 구현의 핵심은 단순히 장비 구매 목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직원 구성원 전체의 수용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현재 개원가에서 당장 적용하여 생산성 향상을 체감할 수 있는 AI 영역은 크게 세 가지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AI 3대 핵심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일정 수준의 양적 변화가 누적되면 어느 순간 질적인 변화로 이어진다는 ‘양질 전환의 법칙’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내부에 에너지가 축적되면 어느 순간 그것이 폭발하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을 만든다는 것인데 이를 경제사회에서는 ‘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산업혁명은 기술혁신과 이로 인해 발생한 사회, 경제, 정치 변화가 핵심이다. 1차 산업혁명은 그동안의 노동집약의 농업중심사회에서 기계공업 중심 사회로 바뀌는 혁명을 의미한다. 1784년 영국에서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노동 생산성은 전보다 2~3배 이상 급증하게 되면서 소비자는 더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게 되었다. 2차 산업혁명은 1870년경, 전기를 활용한 대량생산이 이루어진 시기이다. 철도 건설과 대규모 철강 생산이 되며 통신기술이 발달하였다. 3차 산업혁명은 1969년 컴퓨터를 활용한 정보화, 자동화 생산 시스템의 등장 시기를 말한다. 특히 1990년대 중반에 들어 정보통신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활성화되면서 3차 산업혁명은 가속화되었다. 4차 산업혁명은 통상 2010년 이후를 말한다. AI 등 최첨단 기술이 디지털, 바이오, 오프라인 기술들이 다양하고 새로운 형태로 융합되
30년 전에 개봉된 “스모크 Smoke(웨인 왕 감독, 폴 오스터 각본)”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를 전공의 말년 차 시절에 보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생각나는 영화이자 어쩌면 나에게 인생 영화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기 렌(Auggie Wren, 하비 카이텔 연기)은 브루클린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작은 담배 가게 주인이다. 소설가 폴(Paul Benjamin)은 임신한 아내가 3년 전 권총 강도의 총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후에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날 저녁 폴이 담배를 사러 갔다가 오기가 11년 동안 매일 아침 8시에 담배 가게 맞은편 코너의 동일한 장소에서 사진을 찍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기는 폴에게 자신이 찍은 4000장이 넘는 사진을 보여준다. 사진첩을 넘기면서 “이거 뭐 똑같은데” 하고 폴이 심드렁하게 말하자, 오기는 “모두 똑같아 보이지만 한 장 한 장이 다 다르다, 날씨도, 지나가는 사람도, 옷도 다 다르다. 천천히 봐야 이해할 수 있다(You’re going too fast. You’ll never get it if you don’t slow down)”고 말한다. 그제야 폴은 사진을 한 장씩 자세히 보
독일은 오래전부터 자택 및 요양시설을 대상으로 한 방문치과진료를 시행해 왔다. 초기에는 치과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의과 수가체계의 적용으로 제도가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 하지만 일련의 발전 과정을 거치면서 노인 및 장애인에 대한 독일 방문치과치료의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즉 2010년 이후에는 법정건강보험(BEMA) 체계 내에서 방문 및 상담 수가의 통합과 정비, 가산 코드의 신설, 요양시설과 치과 간 협력계약의 제도화, 요양·장애·인지저하 등 대상자의 확대, 예방서비스 적용으로 요양등급자에 대한 예방적 구강돌봄 강화 등이다. 본 시론에서는 독일 방문치과진료 제도의 발전과정을 개략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한국형 방문치과진료 설계에 필요한 시사점을 도출해 보고자 한다. 방문치과진료 개념의 제도화 지속 독일의 법정건강보험 내 치과진료 수가 항목은 구강위생관리능력, 스스로 정기적인 치과방문 가능 여부, 치료 협조능력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는데,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해서 AuB-Konzept (Age·Disability Concept)이 도입되었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급여 항목의 통합, 정비 및 신설이 제도화되기 시작했
조선대학교 치과병원 예방치과를 개소한 지 세 달이 흘렀습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진료 시스템을 하나씩 정비해 가다 보니, 어느덧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진료실 개설과 대학의 학사 일정이 동시에 시작되면서 요즘의 하루하루는 숨 돌릴 틈 없이 지나갑니다. 밤이나 주말에라도 미뤄둔 일들을 해보려 하지만, 이제 백 일을 갓 넘긴 둘째 아이와 가족을 돌보다 보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습니다. 네 살 구간을 돌파하고 있는 첫째 아이 체력을 채 감당하지 못하고 그로기에 빠지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간 일정 중 드물게 생기는 짧은 빈틈에는 신임교원 의무교육을 듣고, 다시 강의 준비에 매달려야 합니다. 그럼에도 매주 완벽히 준비되지 못한 강의 자료를 들고 강의실에 들어갈 때면,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다음 주엔 꼭 더 일찍 준비해야겠다며 다짐하지만, 여지없이 강의 전날 새벽이 되어서야 준비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보내주는 관심 어린 질문과 반짝이는 눈빛에 어떻게든 보답하고자 바둥대고 있습니다. 수련을 받고 전임의사로 지내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의 역할은 확실히 다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다가오는 변화는 ‘진료과 과장’이라
클래식이라면 장르나 연주자에 구애받지 않고 폭넓게 들어왔다. 유명한 녹음들은 물론이고 이름조차 생소한 작곡가와 연주가들에게도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 결과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연주들을 수도 없이 만났다. 이른바 오직 ‘명반’에 집착하며 지적인 이기주의에 근거한 배타적 감상은 음악을 향유하는 진정성을 훼손할 수도 있다. 나아가 유튜브에 나오는 무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클래식 몇 곡’ 따위의 하찮은 콘텐츠들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겠다. 음악에 대한 예민함 때문인지 클래식뿐만 아니라 종합예술이라는 영화를 볼 때에도 배경음악에 크게 반응했다.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는 유도 동기(Leitmotiv)라 하여 특정 등장인물을 상징하는 주제 선율을 반복적으로 등장시켰다. 영화음악 속에도 ‘테마’가 숨어 있다. 이를 통해 관객은 무의식중에 인물의 감정 변화나 상황의 긴장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내 경우 클래식이나 영화에 대한 감수성은 서로 자극 받으며 확장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결과인지 영화 또한 지금도 매해 극장에서 300편 넘게 개봉작과 재개봉작 가리지 않고 관람하고 있다. 음악에 대한 호기심은 처음엔 베토벤으로 시작해 모차르트, 슈베르트, 차이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치과에서 원장이라는 자리에 오르면 자연스럽게 리더가 됩니다. 하지만 리더가 되는 데는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정식으로 리더 교육을 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마치 부모가 되는 일처럼, 처음부터 준비된 사람은 드뭅니다. 대부분의 리더는 ‘어쩌다 리더’, ‘어쩌다 원장’으로 시작합니다. 환자 진료에 집중해온 시간 속에서 조직 관리와 팀 운영이라는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리는 것이지요. 문제는 진료는 익숙한데, 사람을 이끄는 일은 익숙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좋은 리더 밑에서 일해보는 것도 배움이 되지만, 운이 따라줘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책을 통해 수많은 리더의 실패와 성찰, 성공과 전환점을 배우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책은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사고와 태도, 리더십의 맥락 전체를 압축해 담고 있습니다. 반복해서 읽고 곱씹다 보면, 나만의 리더십 철학이 서서히 자라나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