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제1794번째 겨울 풍경화 속의 거리와 추억 퇴근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하루를 마무리하는 나의 손길은 빨라지지만 치과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거리의 풍경이 어느 때보다 스산해 보인다. 가을이구나 싶었는데 벌써 겨울을 재촉하는 겨울비가 내리고 동지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시계바늘이 6시를 넘자 거리의 가로등 불빛이 켜지고 벌써 어두워졌다. 겨울비가 내려서 나무에 매달렸던 단풍들은 힘없이 떨어지고 더욱 거리의 풍경은 을씨년스럽다. 바쁘게 살고 나이가 한살 한살 먹다 보니 계절이 바뀌는 것을 입고 있는 옷 두께로 알아차릴 정도로 감성이 메말랐다는 걸 오늘 문득 느꼈다. 아름다운 옛 추억까지 잊어버리고 산건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오랜만에 겨울비 내리는 거리를 창문을 통해 바라보니 가슴 속에 묻어둔 메마른 감성이 다시 살아나는 것일까? 평소 같으면 무심히 창문 밖을 보고 하던 일을 계속 했을텐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 집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좀 감성적이고 싶은 때다. 라디오 DJ가 내 마음을 알고 있었는지 겨울을 알리는 노래를 연달아 들려준다. 겨울 노래다. 크리스마스 캐롤, 유명한 팝부터 가요들이다. 피곤하지만 커피
Relay Essay제1793번째 탈북 강아지 우선 제목부터가 신기하다. 탈북 강아지라 하면 강아지가 북한을 탈출해 남쪽으로 내려왔다는 것 아닌가? 요새 탈북한 새터민이 2만5천명이 넘는다고 하니 그 중에는 사람 뿐 아니라 강아지며 돼지며 송아지도 올 법도 하다. 그래도 그렇지 한 사람이 탈북하는데 엄청난 큰 돈이 들고, 목숨을 걸다시피 해 탈북을 한다는데 세상물정 하나도 모르고 돈 한 푼 없는 맹랑한 강아지가 탈북을 했다니 이해가 안가고 의아스럽다. 이 기이한 이야기는 이러하다.동해안 어느 한적한 마을에 일가족 한 무리가 남쪽으로 탈출을 하기 위해 여러 날을 노심초사하며 날을 잡아가고 있었다.드디어 그 날이 왔다. 칠흑 같이 깜깜한 밤이다. 행여 들킬까 봐 숨을 죽이고 살금살금 정해진 해변가로 갔다. 대 절명의 순간이다. 잘못되면 온 식구가 몰살을 당할 판이다.그 순간 어디선가 킹킹킹 하는 강아지 우는 소리가 들렸다.화들짝 놀라 그쪽을 보니 ‘멍구’란 놈이 숨죽이고 살살 기면서 쫓아오고 있다.모두 돌을 던지며 ‘멍구’란 놈을 쫓으려고 애를 썼다.그러나 ‘멍구’는 막무가내다. 좀 뒤로 갔다가 다시 오고 하기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시간이 없는데 무작정 ‘멍구
Relay Essay제1792번째 가을, 연민 그리고 영화… 가을은 나에게 영화의 계절이다. 그리고 가을은 닥쳐올 추위를 걱정하고 그 추위에 떨고 있을 사람들을 걱정하는 연민의 계절이다. 이렇게 차가운 비가 오는 날은 그 연민이 더한다. 결혼 전 필자는 주말이면 이틀 밤을 꼬박 밤새워 영화를 즐겼었다. 결혼 8년차, 가족을 이룬 지금은 그나마 가끔 아내와 함께 늦은 밤 나란히 누워 영화를 즐기는 낙이 전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때와는 다르게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이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재미있는 영화가 좋은 영화다 라는 지론을 가진 필자는 재미 있을 것 같은 영화는 가리지 않고 즐긴다. 전쟁, 액션, SF, 공포, 멜로, 컬트 등등… 모든 장르의 영화들이 다 제각각의 색깔이 있고 재미가 담겨있다. 내가 보았던 수 많은 영화들 중 이 연민의 계절에 어울리기도 하고 나에게 연민의 감정을 가르쳐 준 31년 전에 보았던 영화 한편을 이야기 하고 싶다. 고백하자면 영화의 모든 내용이 완벽하게 기억나지 않아서 인터넷의 도움을 성실히 받았다. 이탈리아의 영화거장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가 감독한 ‘길’(La Strada)은 그의 아내인
Relay Essay제1791번째 20대 마지막에 떠난 캄보디아 여행 건기가 반 우기가 반이라는데 알고 보니 아주 더울 때 캄보디아에 다녀왔다. 앙코르 문명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캄보디아라는 나라에 대해 더 많이 느끼고 왔다. 혼자 하는 여행은 외로운 만큼 여행지에 기대고 관찰하는 마음이 커진다. 가난한 나라 캄보디아. 주로 이용하는 교통 수단은 오토바이, 자전거 등이고 아직 도로에 차가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이동할 때 평균 속력을 보니 20~30킬로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교통 신호도 딱히 없고, 중앙선이라는 개념도 없고, 보행 신호등은 3박 4일 동안 본 적이 없다. 도로 위에 그려진 횡단보도가 고마울 뿐이었다. 나 같은 사람이 신호가 없는 길을 건너려니 여간 번거로운게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는 오토바이가 무용지물인데 이곳 사람들은 그 더운데 헬멧까지 쓰고 잘 다닌다.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여자들도 상당히 많고, 한 오토바이에 2명은 기본, 온 가족이 타고 다니는 것도 봤다. 캄보디아의 모습은 이렇게 복잡한 거리 풍경으로 남아있다. 생각지도 못한 캄보디아에 대한 깊은 인상은 조금이나마 한국말을 할 줄 아는
Relay Essay제1790번째 DOWNGRADE… 이번에 그동안 타던 외제 승용차를 팔고, 국산 디젤차로 바꾸었다. 외제차는 고장 나기 시작하여 몇번 수리를 하니 금새 수리비가 국산 소형차 값이 나온다. 그래서 헐값에 팔았는데 팔고나니 속이 다 후련하다. 대용으로, 국산 SUV 디젤차를 샀는데 A/S 좋고, 연비 좋고, 운전석이 높아 운전 중 시야가 좋아 매우 맘에 든다. 하긴 평소에 나는 BMW( bus,metro, walking)를 타고 다니니 별로 차가 필요 없는데, 어쨌든 차를 downgrade시키니 마음 편하고 좋다. 그동안 모든 면에서 나를 upgrade시키려고 노력을 했다. 대학에서 대학원으로, 차도 점점 큰 차로, 집도 점점 큰집으로 늘리고, 병원도 점점 규모를 늘리며 확장하고, 사회적으로도 지역 치과의사회의 이사에서, 부회장, 회장으로 고교 동창회장, 서울치대 동창회 부회장,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을 두 번이나 하고 한때는 나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치협 회장을 하려고 선거판에 잠시 참여한 적도 있다. 모든 면에서 사회적으로 더 성공하고 명예도 더 추구하고 돈도 더 벌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러던 나에게 인생의 downgrade
Relay Essay제1789번째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옷 “잠깐만요!” 출근하는 나를 아내가 문 앞에서 불러 세웠다. 깨끗하게 세탁한 진료가운을 내게 주기 위해서였다. 자주 있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내가 주일학교 교사를 할 때의 일이 생각났다. 그날은, 아이들이 하도 깔깔대며 웃느라고 예배드리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였다. 오직 한 아이, 성호만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드디어 울기 시작했다. 주일학교 교사들은 웃는 아이들을 말려 겨우 예배를 시작했고 나는 우는 성호를 달래 옆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런데 하마터면 나도 웃을 뻔했다. 세상에 성호의 옷 입은 꼴이라니! 옷이 너무 커서 옷을 입었다기보다는 천을 몸에 둘렀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았다. 거기다가 그 옷이라는 게 몹시 닳아 있었고 얼룩이 져서 언뜻 보면 넝마조각과 흡사했다. “이게 누구 옷이니?” 내가 물었다. “아빠 거요”성호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런데 왜 그걸 입고 왔어?” “선생님이 지난 주일날 교회 올 때는 제일 깨끗한 옷을 입고 와야 한다고 그러셨잖아요.” “그런
Relay Essay제1788번째 지극한 관심 사람이 살면서 때로는 고난이 올 때가 있다. 그건 누구나가 다 겪는 인생의 과정이다. 금전적인 문제로 부부 관계로 시댁 혹은 친정의 일로 자녀들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벌어지는 일로 오해로 인해 얽혀진 친구 관계로 잘 안 풀리는 사업적인 일로 직장 내 동료와의 잘못된 관계로 인한 근심과 걱정으로 온 밤을 지새워 본적 있는가? 우리 인간의 걱정 근심은 일어나지 않을 97%의 일로 미리 걱정 하고 있다는 걸 어느 책에선가 본 적이 있다.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경우나 다음에 일어날 일에 대해 우리는 너무 집착하여 미리 걱정 근심하고 있지는 않는가? 이미 발생된 문제라면 그 과정 동안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삶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일화가 있다. 어느 마을에 전염병을 전달하는 사자가 도착 했는데 그 마을 삼분의 이 정도가 죽어 있었다고 한다. 깜짝 놀란 사자가‘나보다 더 센 놈이 이 마을에 나타난 모양이구나’생각하고 어찌된 일인지 마부에게 물었더니 마부가 윗동네에 전염병이 돌아 일부 사람이 죽었는데 여기도 곧 그럴 것이라는 소문으로 사람들이 불안 걱정 때문에 이렇
Relay Essay제1787번째 “입뒀다 뭐하요!” 작년 이맘때쯤 이었다. 중3이던 딸아이가 토요일밤 갑자기 토할 것 같고 배가 아프다고 하여 태어날 때부터 다녔던 종합병원 응급실에 갔다. 응급실에는 언제나 교통사고 환자에 어린아이들의 울음소리, 자녀를 응급실에 데리고 가본 부모는 모두들 알 것이라 생각한다. 접수를 하자 실습 나온 간호학과 학생이 침대에 안내를 하고 10여분이 지나 딸아이의 순서가 되자 인턴선생이 와서 간단히 체온을 재고 문진하고 갔다. 아무런 이야기 없이 기다리기를 20여분, 접수에 앉아 있는 간호사와 옆에는 응급실 담당 수련의 정도로 보이는 의사가 컴퓨터만 마냥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 아프다고 칭얼대는 딸아이를 보며 기다리는 20여분은 1시간 같았다. 한번 성질을 내면 앞뒤 가리지 않기에 감정을 억누르고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불같은 나의 성격을 알기에 집사람은 내가 나서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아파하는 딸아이가 방치 되고 있다고 생각한 집사람이 나에게 한번 가서 상황을 알아보라고 눈치를 하였다. 접수로 다가가서 응급실에 온지 30분이 되었고 의사분이 문진을 하고 챠팅을 한지 20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설명 없다며, 얼마나 더
Relay Essay제1786번째 4강 신화 때는 2010년 5월 7일. 나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초여름 햇살이 따가웠던 조선대 장미코트에서 육구제(전국 치과대학 축제) 남자 테니스 단체전 4강행을 결정짓는 마지막 단식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복식 두 경기와 단식 세 경기를 하여 다승 팀이 올라가는 토너먼트. 세트스코어 2:2로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4강행이 결정되는 중요한 순간이었다(필자는 복식에 나가서 승!!). 비슷한 실력의 서울대 선수를 만난 우리 부산대 선수는 응원의 함성을 들으면 급격하게 경기력이 떨어지는 심장의 소유자. 과거 열띤 응원에 힘입어(?) 다 잡은 경기를 놓친 다수의 경험이 있었던 터라 다른 경기가 모두 끝났음에도 우리는 경기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응원도 하지 못한 채 펜스 너머에서 숨죽이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한 점 한 점 신중을 기해야 하기에 어느 쪽도 섣불리 공격을 하지 않는 속칭 똑딱이(공격 없이 안전하게 공을 계속 주고받음)가 계속되었다. 결국 게임스코어 6:6이 되어 타이브레이크(먼저 한게임을 이기면 승)를 하게 되었다. 우리는 새어나오는 탄성을 손으로 막으면서 매 득점과 실점을 함께 기뻐하고 아쉬워했다
Relay Essay제1785번째 작은여행 우리나라의 가을 하늘은 참 아름답다. 가을은 하늘 뿐 아니라 모든 곳이 다 아름답다. 아름다운 가을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그 아름다운 가을날 여행이 목적이 아닌 일을 보러 가는 여행을 했다. 같은 곳을 가더라도 여행이라 생각하며 갈 때와 어떤 일로, 의무감으로 갈 때의 느낌은 전혀 다를 것이다. 무겁고 딱딱한 여행을 즐거운 여행으로 하고 싶었다. 멀리까지 가야하는 일정이었지만 나를 위한 틈을 만들기로 했다. 조금 더 일찍 출발하여 가는 길 중간쯤에 여행을 즐기기 위한 것을 만들었다. 중간 지점 어느 지방의 5일장 하는 장터를 찾아 그곳을 즐기기로 했다. 경북 상주 중앙시장에서 매달 2, 7일이 들어가는 날 5일장이 열린다고 한다. 10월 2일, 딱이다. 5일장은 대개 기존의 시장이 있는 곳 빈자리에 농사지은 작은 보따리들 들고 나와 좌판을 벌이는 모습이다. 장사하러 나왔겠지만 표정들은 장사보다는 옆 자리의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웃고 떠드는 재미가 더 커 보인다. 연세 드신 아주머니들 혼자 들고 나와 판 벌일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보따리들이 대부분이다. 그 작은 보따리 앞에 풀어놓고는 옆
Relay Essay제1784번째 느림의 미학 내 핸드폰번호는 아직 010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국번도 네자리가 아닌 세자리로 시작한다. 당연히 스마트하지 못한 핸드폰이다. 심지어는 요금제도 99년도 요금제이다. 그러니 5천만의 메신저라고 하는 *톡도 안 하고 있고, 국민게임이라는 애니*이 무엇인지 모른다. 모임이나 어디서든 핸드폰을 꺼내면 다들 의아한 눈으로 쳐다본다. 평소에 바쁜 일정이나 하는 일을 보면 굉장한 어얼리 어답터 같은 분위기인데 핸드폰은 골동품이니 말이다. *톡의 단체채팅도 안 하니 요새 가끔 학회 같은데서 스마트한 이사회를 하지만 혼자서만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모르고, 나 한테 연락을 위해서는 별도의 문자를 보내주어야 한다는 총무의 원성도 들어야 한다. 문자도 이전 문자내용을 정리하지 못하니 기억으로 더듬어서 주고 받아야 한다. 상당히 내가 불편할 것이라고 다들 걱정해 주면서 왜 안 바꾸냐고 의문을 갖는다. 그런데 정작 본인인 나는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우리는 매일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예전을 생각해 보면 환자가 없으면 원장실에서 신문도 읽고, 정말 심심하면 전공서적도 읽으면서 환자를 기다렸었다. 지금은 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