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제1726번째 회복의 날을 기대하며 십 수년 전 40대 초반 무렵, 후배들과 함께 미국치과의사 면허에 도전해 본 일이 있었다. 다소 늦은 나이의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도덕적 사회에서 존중 받으며 양심적인 진료를 해보고 싶다는 갈망이 컸던 것 같았다. 학부 때 이후로 덮어두었던 기초의학서적을 뒤적이는 것도 힘든 일이었지만 처음 접해보는 의료윤리학과 관련된 시험과목은 나에겐 충격이었다. 어찌어찌 문제와 답만 암기해서 통과하긴 했지만 그들이 자신들의 직업윤리를 지켜나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 지 알게 되었다. 도덕적 사회를 이뤄나가기 위해 학부에서부터 윤리적 이슈들을 토론하고 합당한 결정들을 서로 생각하게 하여 자신의 이익과 상충될 때조차도 용기를 내어 윤리적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많은 훈련을 시킨다는 것을 알았다. 그 사회와 선배들은 후학들에게 윤리라는 큰길을 만들어주고 그리로 가도록 권하며 동시에 그 길을 벗어나 사회와 이웃에게 해를 끼칠 경우 법이라는 가드레일을 만들어 엄하게 처벌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두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러한 사회로 진출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런 일이지만 잘 익은 과실을 향해 담장 너머로 손을 내미
Relay Essay제1725번째 Messenger 1. I wish I’d had the courage to live a life true to myself, not the life others expected of me. 2. I wish I didn’t work so hard.3. I wish I’d had the courage to express my feelings.4. I wish I had stayed in touch with my friends.5. I wish that I had let myself be happier. 윗글은 인터넷에서 본 글인데, 호주의 Bronnie Ware라는 간호사가 환자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 3주에서 12주 동안 함께 지내며 들은 이야기를 정리한 글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꿈의 반만이라도 이루지 못했던 것을 뉘우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많은 남자 환자들은 너무 일만 했음을 후회했다고 합니다. 아이들과 부인과 함께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고, 일에 너무 매달리며 많은 시간을 보낸 것에 대해 깊게 후회했으며, 감정을 솔직히 표현
Relay Essay제1723번째 돈의 값 (the price of money) 요즘은 세상의 모든 것에 값을 정하는 것이 ‘돈’이 된 것 같습니다.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의 값도 ‘돈’이 정합니다. 문득 “그럼 ‘돈의 값’은 얼마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원, 천원, 만원, 십만원……. 이것이 ‘돈의 값’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문득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오래 전에 권투로 굉장히 큰 돈을 벌었던 헤비급 챔피언인 마이크 타이슨이 LA의 작은 셋집에서 혼자 우울하게 살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의외였습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었던 ‘돈’이면 보통 사람들은 평생을 쓰고도 남았을 텐데요. 반면 TV의 프로그램 중에는 가난하면서도 일해서 번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몇 사람의 식구가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이야기가 종종 나옵니다. 한 사람은 그 많은 액수의 돈을 가지고도 모두 탕진한 채 우울하고 절망적인 상태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반면, 다른 사람은 정말 작은 돈으로도 가족의 행복을 지키며 희망을 키워가는 얘기를 접하다 보면 두 사람이 갖고 있는 ‘돈’은 그 ‘값’이 다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사람의 돈은 버
Relay Essay제1722번째 “사진 찍으셔야죠?” 어느 가을. 나는 강원도 어딘가의 한 보육원에 김장김치를 전달하고 있었다. 정확한 양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리 크지 않은 그 보육시설에서 겨울을 보내고 다음 해 까지 먹기에는 충분했을 것이다.트럭을 빌려 싣고 간 김치는 하얀 스티로폼 박스에 꾹꾹 눌러담겨져 쌓여 있었다.적당히 한 쪽에 내리고 있는데….“어서오세요. 재단에서 연락 받았어요.”“네 안녕하세요? 모아치과에서 왔습니다.”“멀리까지 감사합니다~”얼마나 대단한 선물이라고 우르르 밖으로 몰려 나온 아이들은 밝고 명랑했다.매번 느끼지만 보육 시설의 아이들은 밖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우울하거나 기죽어 있지 않다. 아이들은 그냥 아이들이다. 그 때, 내 생각으로 김치는 장난감이나 학용품처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이 못되었다. 그런걸 그닥 심각히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박스를 열어 맛을 보고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그 또한… 그냥 내 생각일 뿐이었다. “어디로… 옮겨 드릴까요?”“아니에요. 들어와서 차 한잔 하세요. 아이들이 옮길 거예요.”“아, 네.”김장박스를 보며 ‘이걸 아이들이 다 옮길 수 있을까?’ 생각하는데 보고 있던 선생
제1721번째릴레이수필 Big Picture를 읽고 나서 얼마 전 통영의 한 초등학교 학생이 엄마와 함께 겨울 방학 과제를 가지고 보건소로 찾아 왔다. 자신의 꿈이 의사(doctor)라고 밝힌 그 초등학생은 ‘의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는 질문지를 나에게 내밀었다. 그 옆에선 엄마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일찌감치 목표로 잡은 자신의 아이를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내려다보며 나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10분 동안이나 심각한 고민에 잠기게 되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답을 쓰기엔 너무 세속적인, 부모를 위한 답안 같았으며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라’는 식의 답을 주기엔 너무 세속과 동떨어진, 필자의 자위적인 답안 같았다. 급기야 ‘나는 왜 치과의사가 되었지?’ 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만나게 되었다. 점차 심각해지는 나의 표정과 괜히 질문했다는 학부모의 표정 사이에서 그 초등학생은 과제 하나를 끝내겠다는 비장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다. 내 꿈은 ‘만화가’였었다. 아니 지금도 내 머리는 치의학 원서들 사이를 헤매고 다니지만 내 심장은 만화책의 한쪽 끄트머리를 놓지 못하고 있다. 나 뿐만이 아니다. 내 주위의 동료 의사
제1720번째 릴레이수필 “사랑하는 후배, 익재에게!” 사랑하는 후배, 익재에게! 치과의사가 된 것을 축하한다. 여러 해 전, 나 역시 ‘국시’를 치르고 시험장을 나서며, 어쩌면 “과락”일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에, 같은 걱정하는 동기들이랑 시험보고 나오던 남영동굴다리 아래 조그만 호프집에서 생맥주잔을 부딪치던 기억이 있는데… 벌써 긴 세월이 지나, 국시합격 축하한다며 후배를 토닥거려주는 선배가 되었다는 게 다소 어색하구나. 하여간, 그 많은 과목들과 씨름하느라, 졸린 눈을 비벼가며 공부하느라 애쓴 지난 1년은 물론, 긴긴 4년의 과정을 무사히 마친 그대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공부!, 너희 세대는 그것 말고도 우리들이 치과대학공부하고 치과의사가 되었던 시절보다 정말로 어렵고 힘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닌 시대를 견뎌야함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의연하게 과정을 마쳐낸 너와 네 동기들이 새삼 장하고 의젓해 보임을 넘어, 어쩜 우리 세대보다 더 큰 지혜와 용기를 지니지 않았나 싶다. 대부분의 너희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다른 꿈들이 있었지. 치과대학이 아닌 전공과정을 하나 이상씩 마치고, 그 분야에서도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조
치의들의 문화적 소통 (하) 이렇게 다양한 문화적 예가 존재하지만, 보다 예술적인 치의들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 문화적인 예가 그림과 사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옛 말에 명모호치(明眸皓齒)라고,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항상 치아가 언급되고 있다. 한편으로 그 아름다운 치아가 망가졌을 때 이를 고치는 직업인만큼 예술적 감각은 치과의사의 재능이자 부가적으로 필수적인 능력이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이런 맥락에서 그림이나 사진을 취미의 수준을 넘어서 프로급으로 작품활동을 가지는 치의들 또한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디지털 아트를 전공으로 하시는 분도 계시고, 정통 회화를 고집하시는 분도 계시며, 꽃사진을 주제로 하시는 분도 계시고, 광활한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담으시는 분도 계시다. 이런 프로사진을 떠나 아마추어 사진의 경우에는, 임상사진이 보편화되다보니 사진에 관심을 가지는 치의들의 숫자가 매우 많아 별도의 커뮤니티 사이트가 엄청나게 활성화되어 있을 정도이며, 이를 두고 타 과 의료인들 또한 부러워할 정도이니 우리 치의들의 예술적 감각과 능력은 매우 앞서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끼’를 국민들과 함께 함으로써 소위 ‘문화적 소
제1718번째 릴레이수필 치의들의 문화적 소통 (상) 최근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를 많이 만드는 SNS가 화제이다. 개인적으로 사이버 상에서 사회적 관계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시작을 했던 트위터나 이미 형성된 인맥을 사이버 상으로 다시 구축하려는 페이스북 등의 SNS는 점점 바쁘게 돌아가고, 급해지는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바로바로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 시스템 덕에 사회를 조금 더 빠르게 변화하게 하는데 기여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새로운 산뜻함으로 시작했던 SNS를 조금 더 상업적이나 정치적으로 활용해보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 많은 장애를 겪는 것을 보았고, 이를 뛰어 넘어 온라인 상에서 불확실한 사실을 유포하거나 여론을 살짝 조정해보려하는 경우에는 사회적 반향까지 일으키는 것을 보았다. 여하튼 중요한 것은 예전 사회에서 국민 개개인과의 소통이 어려워 국회의원과 같은 중간 대표자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듣던 사회가 국민 개개인과 직접 소통을 하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년간 불법 저수가 네트워크 치과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던 치의들은 작년 한 해 몇몇 사건을 통해 직접적으로 부딪힘을 시작했지만, 정말 개개 치의들이 어려워했고, 힘들어
Relay Essay제1717번째릴레이수필 초보 영업 사원이 가르쳐 준 것 정신없이 바빴던 오전 시간이 지나가고 커피라도 한잔 하면서 잠시 쉬려는 마음에 환자 대기실을 향하던 중에 병원 입구에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는 사람이 하나 눈에 들어왔습니다. 40대 초반 쯤 되어 보이는 외모에 어딘지 모르게 주저하는 표정. 아마도 보험이나 카드 가입을 권유하기 위해 오신 분 같았습니다. 그런 목적으로 병원을 찾은 분들은 원장인 저의 얼굴도 못 보고 다른 직원들이 돌려보내는 것이 보통인 것을 생각하면 그래도 이번 영업 사원은 우연히 저랑 마주치게 되었으니 비교적 운이 좋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영업 사원이라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겠지만 어쩌면 진료를 겁내는 환자일지도 몰라 더욱 공손한 태도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저……. 혹시 OO카드 한 장 안 만드시겠습니까?”처음의 어색한 태도에서 예상은 했지만 영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분 같더군요. 너무나 자신감 없는 태도와 아무 서두 없이 용건만 말하는 모습을 보면 필요한 물건이라도 구입하기 싫을 겁니다.“죄송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카드를 만들 마음이 없습니다.”“그러지 말고 하나만
Relay Essay 제1716번째릴레이수필 무지개의 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 (하)(Rainbow Nation ‘South Africa’) <지난호에 이어 계속> 그 외 남아공에 대한 일반적인 사항은 인터넷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니 생략하고, 다양한 인종과 언어가 함께 공존하며 무지개처럼 어우러져 사는 나라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1487년 처음 발견된 이래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가 인도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유럽계 백인들이 정착하면서 말레이시아나 인도 등 아시아에서 유입된 노예들, 철저히 소외되고 탄압받았던 원주민들의 후손들이 만들어낸 나라이다. 더욱이 1806년에 영국이 케이프타운에 식민지를 설립하면서 기존의 원주민인 코사족, 줄루족과의 처절한 정벌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희생을 치렀다. 그 후 19세기말과 20세기초에 다이아몬드와 금과 같은 천연자원에 대한 경쟁으로 발생한 영국과 기존의 네덜란드 정착민간의 1, 2차 보어전쟁에서 참혹한 전쟁의 상흔을 받았으며 반인류적인 범죄행위가 자행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아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948년 이후에 설립된 네덜란드계를 기반으로하는 백인정권은 “아파르트헤이트”라는 근대사회에서 행하여졌다고 믿
Relay Essay 제1715번째 릴레이수필 무지개의 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상)(Rainbow Nation ‘South Africa’) 먼 남쪽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단거리를 비행하는 경로를 택하여도 약 20시간이 걸리는 거리이니, 설사 지구촌이란 이름으로 마음의 거리를 좁히더라도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먼 이웃나라임이 틀림없다. 지난 2010 월드컵이 개최되면서 보다 친근하게 느껴지긴 하나 필히 참석해야 할 세계학회 일정이 아니고서야 일상에 바쁜 우리 치과계 인사들께서 가보기 힘든 나라일 것이다. 나 역시 예외가 없이 먼 나라였지만 연구년의 기회를 갖게 되면서 내게 2010년 3월에서 2011년 2월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UWC (University of Western Cape)에 연수를 다녀왔다. 여행가들 사이에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으로 5위 안에 든다는 아름다운 항구도시 케이프타운이 있는 Western Cape주에 위치한 국립대학이며, 아프리카에서 최고의 치과의사와 치위생사를 교육시키는 남아공 최대의 치과대학이다. 연수를 가기 전 주변의 지인들은 왜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아프리카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다양한 호기심과 반응을 보였다. 불안전한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