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치과진료는 병원 진료실을 벗어나 환자의 삶의 자리로 들어가는 의료이다. 환자의 집, 요양시설의 작은 방, 침대 옆의 좁은 공간이 진료실이다. 치과용 체어 대신 침상 가장자리에 앉고, 천장등 대신 형광등 아래에서 구강을 들여다본다. 의료는 더 이상 ‘내 공간으로 환자를 불러들이는 행위’가 아니라, ‘환자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행위’가 된다. 그래서 방문치과진료는 단순한 “찾아가는 의료서비스”가 아니다. 의학적·기능적 이유 즉 거동이 어렵고, 전신질환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으며, 이동 자체가 위험이 되는 사람을 위한 특별한 진료 형태이다. 치과 진료실에는 익숙한 장비와 인력, 응급 대응 체계, 감염관리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하지만 방문 현장에서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간은 협소하고, 장비는 제한적이며,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대응 여건도 충분하지 않다. 그러므로 진료 환경을 정교하게 구축하지 않으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그 성패를 좌우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에 방문치과진료의 성공의 핵심은 다음의 세 가지 질문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핵심 I. 누구를 방문할 것인가? 안전한 대상자 선별의 문제 방문치과진료는
*테세우스의 배: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후 아테네에 귀환한 ‘테세우스의 배’를 아테네인들은 팔레론의 디미트리오스 시대까지 보존했다. 그들은 배의 판자가 썩으면 그 낡은 판자를 떼어버리고 더 튼튼한 새 판자를 그 자리에 박아 넣었다. 커다란 배에서 겨우 판자 조각 하나를 갈아 끼운다 하더라도 이 배가 테세우스가 타고 왔던 ‘그 배’라는 것은 당연하다. 한 번 수리한 배에서 다시 다른 판자를 갈아 끼운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낡은 판자를 갈아 끼우다 보면 어느 시점에는 테세우스가 있었던 원래의 배의 조각은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는가?” 어느 순간에 더 이상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없는지 모호하다는 것은, 그 변화 과정이 연속적, 무경계이기 때문입니다. 경계를 정하는 것, 분별해서 세상을 파악하는 것은 우리 인간, 이성의 능력입니다. 당장 바닷가를 가봐도 그렇습니다. 어디까지가 ‘바다’이고 어디서부터 ‘육지’인지, 그 경계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연속적이며 무경계입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지도를 그리죠. 바다와 육지 사이의 경계를 그립니다. 인
감염병의 일상화 시대, 치과 진료실에서 감염병 환자를 마주하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일상이 되었다. 많은 치과의사가 에어로졸을 통한 2차 감염이나 진료 중 사고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지만, 감염내과 전문의 정진원 교수는 “이러한 두려움을 방치하는 것은 잠재적 리스크를 키우고 치과의사의 지역사회 역할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표준 프로토콜을 통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다. 혈액 매개 감염의 오해와 진실: 바늘보다 무서운 것은 ‘방심’ 치과 임상에서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날카로운 기구에 의한 주사침 사고다. 정 교수는 이번 대담을 통해 의료진의 대표적인 공포 두 가지를 데이터로 걷어냈다. 첫째는 HIV(에이즈)다. HIV 환자의 혈액이 묻은 바늘에 찔렸을 때 전염 확률은 약 0.3%에 불과한 반면, B형 간염은 그 확률이 20~30%에 달해 100배가량 더 위험하다. 둘째는 사고 후 대처다. 정 교수는 “사고 발생 시 즉시 흐르는 물에 상처를 세척하여 오염원을 제거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의료진이 미리 B형 간염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보호책임을 강조했다. 에어로졸 공포의 해법: ‘가글’과 ‘환기’라는 명쾌한 디테일 치과 치료 시 발
저희 대한여성치과의사회(이하 대여치)는 여성 치과의사로서, 그리고 한 명의 협회 회원으로서 다양성과 평등이 우리 사회와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핵심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의사결정에 참여할 때, 우리는 더 혁신적이고 포괄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는 단지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조직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현실적 전략입니다. 현재 제34대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선거가 진행 중입니다. 선거는 단순히 인물을 선택하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협회를 만들 것인지 방향을 정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대여치는 네 분의 후보자 캠프에 정책 질의서를 발송하였습니다. 이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함이 아니라, 치과계의 구조적 대표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민하자는 제안입니다. 1. 대표성 강화: 대여치 추천 당연직 대의원 5명 확보에 관한 견해 현재 여성 치과의사의 비율은 약 28%에 이르며 그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 대여치는 십여년 이상의 지난한 노력으로 군진지부외 여성대의원 1인 의무배정이라는 성과를 낳았으나 아직도 대의원 총회 내 여성 의사결정권자의 비율은
어딜 가나 사람 구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치과도 예외는 아니어서 직원 구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좋은 직원을 고르기 위해 면접을 하기는커녕 면접 보러 와주기만 해도 감지덕지입니다. 저희 치과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동안 직원 구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어떤 때는 사오 개월 동안 면접자가 없어서 힘들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꾸역꾸역 직원을 구한 뒤 직원들이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섯 명의 직원들이 18년, 15년, 12년, 9년, 5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완전히 체계가 잡혀서 누구 하나 나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데스크 보는 것과 환자 보는 것은 똑같이 하고, 나머지 일들은 자연스럽게 분업화되어 있습니다. 진료 이외에 자질구레하게 할 일들은 각자가 나누어서 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일 했기 때문에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잘 압니다. 척 하면 척이죠~~ 진료 중 제가 바쁠 때는 자기들이 알아서 환자 관리하고, 제가 놓친 것이 있으면 알려줘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해줍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장치 떼는 진료를 할 때는 서로 순서를 정해서 하고 어떤 때는 서로 먼저 하겠다고 해서 제가 순서를
평론을 3년 가까이 쓰면서 치과계의 이런 저런 문제점 및 개선해야 할 부분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공감하는 독자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는 부분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시사를 다루다 보면 민감한 부분이라 어느 한쪽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 치과계가 보다 성숙하고 밝은 미래가 되기 위한 고민이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만 75세 이후 임플란트(추후에는 65세 이상 연령제한이 완화됨) 및 틀니의 보험으로 보장성 강화의 빅뉴스 이후엔 10년이 지난 지금 딱히 치과계의 좋은 뉴스는 없었던 것 같다. SNS 등 유튜브의 출현으로 불법 덤핑 치과의 광고, 먹튀 치과의 폐업, 대형치과의 직원에 대한 갑질 논란, 의료사고 등 갈수록 치과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뉴스만 나오게 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러다 보니 치과계의 문제점을 다루는 기사거리를 평론의 주 주제로 삼았던 일이 많았다. 코로나 펜데믹이후 치과 개원가는 몸살을 앓고 있다. 치과의사수가 증가하다 보니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주변 동료는 아랑곳없이 저가로 광고를 일삼는 행위가 각종 채널에서 비일비재하다. 전국의 환자를 모두 강남으로 집결시켜 블랙홀로
“선생님, 이 환자는 대체 왜 이럴까요?” 치과 의사들이 커뮤니티에서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도저히 통제되지 않는 극심한 치과 공포증을 보이거나, 객관적인 원인을 찾을 수 없는데도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 우리는 흔히 이들을 ‘예민한 환자’ 혹은 ‘진상’으로 치부하곤 한다. 하지만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수진 교수는 이 현상을 ‘신체화(Somatization)’와 ‘통증 인지’의 과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음의 병이 부르는 입속의 염증: 코르티솔의 역습 김 교수는 정신과적 질환이 구강 건강을 악화시키는 직접적인 기전을 설명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나 우울증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하고, 이는 전신 면역 체계를 무너뜨려 치주 질환을 급격히 진행시킨다. 또한, 우울증 환자는 ‘자기 돌봄 동기’가 현저히 낮아져 양치질조차 포기하게 된다. 즉, 환자의 엉망이 된 입속 상태는 게으름의 결과가 아니라, 현재 그 환자의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강력한 조난 신호인 셈이다. 정신과 약물의 복병, 구강 건조증과 대응 전략 치과의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실전 지식 중 하나는 정신과 약물의 부작용이다. 대다수의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는 침 분
인간의 치아는 평생 두 번 난다. 유아기의 유치(젖니), 그리고 성인의 영구치. 한번 잃으면 다시 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런데 사실 우리 잇몸 속에는 세 번째로 자랄 수 있는 ‘치배(tooth germ·치아 싹)’가 잠들어 있다. 평소에는 USAG-1이라는 단백질이 이를 억제해 깨어나지 못할 뿐이다. 일본 교토대 스타트업 토레젬 바이오파마(Toregem BioPharma)가 개발 중인 항체 의약품 TRG035는 바로 이 브레이크를 풀어 ‘제3의 치아’를 자라게 하는 세계 최초의 시도다. 의치·임플란트에 이은 치과 치료의 제3의 선택지, 그 도전이 시작됐다. 연구의 시작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타카하시 가쓰(Dr. Katsu Takahashi) 박사 연구팀은 USAG-1 유전자가 결핍된 생쥐에서 과잉 치아가 자라나는 현상을 발견하고, USAG-1이 치아 세포의 아포토시스 조절을 통해 치아 수를 결정하는 핵심 단백질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Murashima-Suginami et al., Biochem. Biophys. Res. Commun., 2007). ‘치아 성장을 막는 단백질을 차단하면 새 치아를 자라게 할 수 있다’는 역발상 치료
절실하게 느끼기 전에는 평소 누리던 것들에 대해 고맙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흔히들 말한다. 호흡하는데 필요한 공기를 고맙게 여기기는커녕 당연하게 여기는 것처럼, 대기오염이나 황사로 인해 호흡에 불편을 느끼고서야 맑고 신선한 공기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살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 하나라도 있으면 불만불평을 늘어놓기가 일쑤다. 나중에 결혼해서 애 낳고 살면서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서야 부모님의 사랑과 고마움을 느낄 때가 많다. 고마움을 느끼기는커녕 그때가 되어서도 부모님이 도와주지 않는다고 원망하는 경우도 많다. 예전에는 나이가 들어 애 둘은 낳아야 철이 든다고 했는데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결혼연령도 늦어지고 여러 가지 이유로 비혼주의자도 많고 철이 들기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철이 안 든다는 우스갯소리를 많이 듣는다. 같은 공간에서 수십 년 근무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도 있지만 몸이 불편해서 쉬고 싶을 때도 있다.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최근에 한 번 심하게 아파서 고생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평범한 일상이 정말 소중한 순간임을 깨닫게 되었다. 심하게 다치거나 아픈 후에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2026년 새해가 시작되자 나와 동떨어진 숫자들이 유난히 분주해 보였다. 코스피 지수는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금값 역시 사상 최고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이어졌다. 아침 진료를 시작하기 전 습관처럼 휴대폰으로 뉴스를 훑어보다 보면 진료실의 고요함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같은 하루를 살고 있지만 각자의 속도는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숫자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꼭 뒤쳐지는 건 아니겠지만 마음 한켠 괜시리 조급해져서 첫 환자를 보러 진료실로 들어가는 발걸음도 빨라진다. 점심시간 무렵이면 직원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투자 이야기가 오갔다. 진료가 없는 잠깐의 틈을 타 휴대폰으로 주식창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다. 그 와중에 나도 아는 척, 친한 척을 하고 싶어서였는지 “국내 주식은 이미 오를 만큼 오른 것 같다’ ‘차라리 미국 주식을 공부해보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훈수를 두기도 했다. 그 말에 진료실 선생님은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시장은 내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움직였다. 이후에 국내 증시는 한참 더 올랐고, 내가 추천했던 미국 증시 종목은 조용히 횡보 중이다. 그때 깨달았다
힘든 수술을 이겨낸 막내 누님이 지난 연말에 귀국하여, 8남매가 함께 묵으며 정담을 나누었다. 길 건너에 박정희대통령도 자주 묵었던 군인휴양소(現 스파텔)가 있으니, 추억의 라디움 온천 원탕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온천 하면 한적한 사우나보다 아이들이 꺅꺅대는 대중탕이 제격이다. 바글바글한 탕 한구석에서 오래간만에 보는 때밀이(洗身士)가 반가워, 동생과 나란히 몸을 맡겼다. 피부과 의사는 이태리 타올로 박박 문질러, 때가 떡가래처럼 밀려나오는 때밀이를 한사코 말린다. 떡가래 대부분이 실은 피부각화 층으로, 가벼운 찰과상이나 세균으로부터 내 몸을 지켜주는 보호막인데, 왜 쓸데없이 무장해제를 하느냐는 얘기다. 지당한 말씀이지만 아직 경험 못한 분은 한번 받아만 보시라.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진 느낌을 무슨 말로 설명할까? 깨끗한 상쾌감은 물론이요, 맨살을 손아귀로 강하게 주물러 혈액순환을 돕고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에 더하여, 안마(按摩)를 통한 ‘기(氣)의 전달’이 분명히 느껴진다. 그래서 때밀이 10년이면 기가 쇄하여, 골병을 앓는다는 속설이 있는가보다. 휴일도 없던 개업 초기에는 두 시간이 채 못 되는 점심시간이 유일한 낙이었다. 혼밥에 적당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