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푸른 뱀 을사년(乙巳年)이며 치과의사협회 창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을사년하면 자동적으로 따라 붙는 120년 전의 을사늑약(을사조약)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망국의 치욕과 대일 증오의 상징으로 각인되었고 해방 후 증폭되어 한국 사람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대를 이어 핏속에 흐르고 있다. 갑신정변(1884)실패 이후 소수의 젊은 개화파들은 절멸되고 십년의 세월을 외척 세력과 수구파들의 득세로 개혁 개방은 멀어지고 청일전쟁(1894), 을미사변(1895), 아관파천(1896), 대한제국 선포(1897)에 이어 불과 8년 만에 사실상 국가 주권이 박탈된 을사늑약이 체결되었다. 나라의 지식인, 리더다운 리더는 아예 없었으니 조선반도를 차지하기 위한 국제 파워게임을 알 수가 없었다. 영국과 러시아가 벌이는 great war 상태인 국제 정세를 오판한 무능한 국가 지도자, 근대 국가시스템의 총체적 부재와 불능, 부패, 재정 파탄, 국민들의 총합적 무지가 초래한 필연적 결과가 을사늑약이다. 약육강식의 제국주의 이데올로기가 판치던 시대의 국가 명운을 건 최우선 국가 정책은 부국강병과 절묘한 외교 정책이어야 하는데 시대착오적인 주자 성리학의 굴레에 얽매여 있던 조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서울 번화가에 개업한 김 원장에게 어느 날 28세 여성 환자 이 씨가 찾아왔다. 막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이 씨는 결혼을 앞두고 교정 치료를 받고자 한다. 의뢰인 상담에서 교정이 상당한 이점을 가져다주리라고 생각하는 이 씨의 인식에 김 원장도 동의했으며, 장안모의 골격성 2급 부정교합이라 발치 교정을 하기로 해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진행하기로
이따금 생각나는 옛날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남자가 산에서 나무를 하다 요정을 구했다. 그 보답으로 요정은 남자에게 세 가지 소원을 선물하겠다고 했다. 남자의 가슴이 부풀어 올랐을 터이다. 어떤 소원을 빌어야 좋을까. 큰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빌고도 소원이 둘이나 남는다. 바랄 수 있는 것이 무한히 많을 것이다. 남자는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하다 이내 대단한 소원에 대한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마 그의 일상이 몹시 고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과 함께 둘러앉은 소박한 저녁밥상을 두고 그는 “여기 소시지 한 묶음만 있으면 좋겠다”라고 소원을 빌어버리고 만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소시지에 남자도 부인도 깜짝 놀랬다. 남자는 요정과의 일이 생각나 부인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부인은 남편의 이야기를 다 듣고 기쁘기보다 화가 먼저 났다. 그렇게 귀중한 기회를 칠칠치 못하게 소시지 따위에 낭비하다니. 부자가 되면 소시지 따위는 몇백 묶음이라도 구할 수 있지 않은가. 부인은 화가 나서 남편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 따위 변변찮은 소시지는 당신 코에나 붙이시지.“ 이번에도 요정은 소원을 들어주었다. 이제 남은 소원은 단 한 가지 뿐 이었다. 남자
아주 어렸을 적 주말 행사가 있었다. 더운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주 빠뜨리지 않고 하는 행사는, 나는 아버지 손에 들리고 여동생은 엄마 손을 잡고 늦은 토요일 오후쯤 집을 나서는 것으로 시작했다. 열어 놓은 장독에서 새어 나오는 조선간장 냄새 같은 익숙한 살림살이의 체취로 채워진 골목을 지나면서 열린 대문으로 이웃집 마당도 힐끔 훔쳐보다 보면 골목이 끝나고 큰 공터가 나왔다. 시내버스가 다니는 아스팔트 도로 옆 인도라 말하기에도 애매한 비포장 길을 한참 따라가다 보면 다시 고소한 참기름 냄새로 시작해서 생선 비린내같은 익숙한 냄새가 느껴지면 어느새 시장 한복판에 들어와 있는 우리를 발견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재래시장에 가면 또 다른 골목 세상이 펼쳐져 있다. 우리가 생활하던 골목길이 좁은 골목을 기준으로 좌우로 비슷한 모양과 색깔의 철문들을 가진 그만그만한 집들이 마주 보고 있었다면 시장의 골목은 반찬가게, 옷집, 이불집, 그릇가게, 신발가게, 철물점에 국밥집, 분식집 같은 식당가까지 갖추고 있는 일층 평면의 골목 미로로 이루어진 만물 백화점이었다. 안내 표지판도 없는 미로에서 아이쇼핑을 실컷하다가 익숙한 듯 길을 잃지 않고 시장 골목의 끝즈음에 다다르
▶▶▶이용권 원장(청주 서울좋은치과병원 임플란트센터장)이 본지 3036호부터 치과의사의 희로애락을 담은 ‘털보의사의 치과 엿보기!’ 만화를 연재한다. 이 원장은 서울치대를 나온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로 앞서 본지에 ‘만화로 보는 항생제’를 연재한 바 있다. ■ 이미지 클릭 후 드래그하면 고해상도 보기 가능합니다.
막연한 공상이 현실이 되다. 시골에 살며 밤하늘을 쳐다보며 유달리 반짝이는 별에 대해 궁금증도 생겼지만 작은딸이 우주과학에 대해 질문이 많았다. 딸의 궁금증과 호기심이 더해져 색다른 친밀감을 느껴서 천체망원경을 하나 장만했다. 셀레스테론 9.25인치 반사망원경인데 무거워 딸 혼자는 다룰 수가 없다. 맑은 밤이면 옥상에 올라가 별구경하자고 조르던 딸이 좋았다. 유관으로 보는 것 보다는 더 선명하고 그 이상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플라이아데스 성단이나 오리온자리의 대 삼성 속의 소 삼성을 관찰하며 은근히 자랑스러웠다. 토성 띠는 말할 것 없지만 겨울 새벽녘에 목성과 띠 속의 대 적점을 볼 때 정말 환상적이었다. 참고로 지구의 자전 때문에 아이피스 속의 광경이 빨리 사라져서 적도의가 없으면 관찰이 힘들다.(적도의: 지구의 자전속도에 맞춰 망원경도 똑같이 움직이게 해주는 장치) 이오, 유로파, 갈리스토, 가니메데의 위성이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각기 위치가 바뀌는 게 경이로울 뿐이었다. 때론 사자자리에서 유성우가 쏟아진다는 뉴스를 듣고 자다가 일어나 옥상에 올라가기도 했지만 간혹 떨어지는 별동별은 관찰했지만 비처럼 쏟아지는 것은 목격하지 못하고 추위에 떨기만한 기억뿐이
작년 2월 27일 월요일이었습니다. 큰아이 방학을 맞아 싱가포르에 가 있던 그날 새벽, 갑자기 전화가 울렸습니다. 어머니였습니다. “아빠가 이상하니 너라도 먼저 빨리 돌아와야 할 것 같다” 이틀 전인 토요일 만해도 아버지와 함께 진료했던 저는 다급한 마음으로 비행기 표를 끊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시간이 어찌나 초조하던지, 정말 많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아버지께 못 되거나 모진 아들은 아니었는지, 그동안 나도 모르게 불효를 한 건 아닌지…’ 이제는 아버지께 사과도 용서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마음이 무겁고 무서웠습니다. 한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제게 큰 기둥이셨던 아버지께서는 떠나셨습니다. 돌아오자마자 아버지 장례를 치르면서 잘 알지 못하는 여러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 아버지께 차분히 온전하게 마음을 내드리지 못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잠깐씩 시간이 날 때마다 아버지를 되새겨 보려고 애썼습니다. 한없이 슬프다가도 한편으로는 또 아버지께 문제가 생기면 내가 너무 힘들어할 것을 아시기에 내가 자리에 없을 때 그렇게 되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신조어인 “유리멘탈”은 감정적으로 쉽게 상처를 받거나 스트레스를 잘 받는 사람을 일컫는다. 영어권에서도 유리를 사용하는 비유가 많다. 예를 들어, “breaking the glass ceiling”= “유리천장을 깨다”라는 표현은 장벽을 극복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고, 신데렐라에 나온 “glass slipper”=“유리구두”는 안성맞춤, 또는 특별한 기회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glass wall”=“유리벽”은 특정 역할이나 분야로의 이동을 막는 차별을 의미한다. 우리는 “번아웃”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유리멘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작년 세계치과의사연맹(FDI) 총회에서 치과의사와 번아웃 신드롬에 대한 흥미로운 강연을 들었다. 연자는 영국 치과의사 출신으로 현재 호주 치과의사협회에서 법정분쟁으로부터 치과의사들을 보호하는 자문 팀을 담당하는 변호사이다. 그녀 또한 진료실에서 겪은 스트레스와 심리적 불안에 지쳐 치과의사가 아닌 법조인으로 직업을 변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소개한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번아웃 신드롬(burnout syndrome)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정서적 고갈(emotion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치과용 회전기구(rotary instrument)는 치과 진료용 핸드피스에 물려 계속 회전하면서 사용하는 기구를 말하며 치과 진료 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구 중의 하나이다. 이 회전 기구에 대한 시험 방법은 2023년 제3판으로 발행된 ‘ISO 8325, Dentistry - Test methods for rotary instruments’를 기초로 기술적 내용 및 대응국제표준의 구성을 변경하지 않고 작성한 ‘한국산업표준 KS P ISO 8325:2023 치과 - 회전 기구의 시험 방법’에 규정되어 있다. 치과용 회전 기구는 주로 치아나 수복물을 삭제하거나 연마할 때 사용하기 때문에 강도, 편심성 등이 매우 중요한 특성이 되며 이에 대한 시험 방법 역시 배우 중요하므로 이를 정리한다. <적용범위> - 이 표준은 치과에서 사용하고 있는 버(bur), 커터(cutter), 연마기(polisher), 연
▶▶▶이용권 원장(청주 서울좋은치과병원 임플란트센터장)이 본지 3036호부터 치과의사의 희로애락을 담은 ‘털보의사의 치과 엿보기!’ 만화를 연재한다. 이 원장은 서울치대를 나온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로 앞서 본지에 ‘만화로 보는 항생제’를 연재한 바 있다. ■ 이미지 클릭 후 드래그하면 고해상도 보기 가능합니다.
얼마 전, 하악전치를 발치하고 바로 임플란트를 식립하였는데, 수술 며칠 후부터 심한 부종과 동통으로 내원하여 혈액검사와 농배양검사를 하고 배농술을 시행하였다. 환자는 당뇨병으로 인한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저하 되어있는 상황으로 구강내ㆍ외 절개 배농술로 농양이 해소되지 않고 점차 괴사성근막염으로 진행되어 입원 진료를 하게 되었다. 치주염이 심한 상태였으므로 다양한 세균이 존재하고 있었겠지만, 감염이 발생하고 악화되는 원인과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했다. 본원에서 수술하고 입원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환자와의 신뢰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던 터라 분쟁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만약 치과의원에서 임플란트 진료를 받고 감염이 악화되어 대학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경우라면,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는 상악동 거상술과 임플란트 식립 후, 상악동염 발생이 뇌농양으로까지 악화되어, 억 단위가 넘는 소송이 제기되기도 한 바, 감염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되새기고, 의료기관에서는 감염관리를 철저하게 시행하여야 하고 정부에서는 치과의원에서 충분한 감염관리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질병관리청은 전국의료관련감염 감시체계(Korean Na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