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학회나 연구회들의 추계학술대회나 컨퍼런스들이 10월, 11월에 집중되어 있는데 참여 치과의사들의 표정은 밝아 보이지 않는다. 현재 치과계는 내부적으로 저수가 경쟁 심화와 공급 과잉의 이중고에 직면해 있고 국가적으로는 저성장 패턴이 지속되고 있는 환경에서 단순한 전략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치과의료의 본질적인 가치를 재정립하고, 능동적인 진료 영역 확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그 방법으로 치과의사가 구강을 넘어 전신건강관리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미래, 이것이 우리가 만들어갈 새로운 지평이다. 학문적 근거로 우리의 몸은 전신이 근막, 혈관, 신경, 체액으로 연결되어 있고 순환, 호흡되므로 계통이나 부분에 집중한 진료와 더불어 통합적(전신) 진료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초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2025년을 지나 2026년에는 통합돌봄지원법이 시행됨에 따라, 전신건강관리의 한 축 역할을 치과계가 할 수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방문진료가 정착되어 있어 우리 현실에 맞게 적용해 나가는데 치과계가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리드해야 한다. 고령 환자는 필연적으로 다수의 전신 만성질환을 동반하며, 이들 질환과 구강건강 사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을 관통하는 독립기념일 대로(大路)는, 오뉴월에 연수정 빛 꽃이 피는 가로수 하카란다(Jacaranda)가 화려하다. 핑크궁전으로 꺾이는 어귀에 한 남자가 열 마리쯤 개를 몰고 간다. 몇 년 전 파리에서 처음 본 반려견 도우미(Pet-sitter)다. 늑대가 조상인 개에게서 질주와 추격 즉 사냥본능을 빼앗으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도심에 사는 반려견은 달릴 기회를 얻기가 힘드니까, 건강유지와 정서적인 안정을 위하여, 산책을 시켜주는 배려다. 지도자를 잘못 선택한 죄로 경제적인 고통을 겪지만, 유럽 보다 더 유럽답다는 아르헨티나의 문화유산은 이어진다. 작년 가을 벼르고 벼르던 아프리카 여행 중에, 케이프타운에서 개 산책 도우미를 다시 만났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반려견 교육이 의무적(Compulsory)이라 한다. 일정기간 훈련을 시켜서 불합격이면 재교육을 하고, 그래도 합격하지 못하면 안락사(Euthanasia)를 권한다는 것이다. 넬슨 만델라의 진실과 화해위원회라는 선견지명이 답보(踏步)하면서, 인재의 탈출(예; 일론 머스크) 등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세계최초로 심장이식을 한 나라요 표준영어(King’s En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물리학이 뉴턴과 아인슈타인을 통해 발전해왔듯, 의학 또한 오랜 세월 동안 인류의 생존과 문명을 지탱해온 축 중 하나였습니다. 역사적으로 의학은 단순한 병의 치료를 넘어, 전염병의 확산을 막고, 제국의 부흥과 몰락에 영향을 주었으며, 심지어 사회제도와 윤리의식까지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페스트는 중세 유럽을 바꾸었고, 두창(천연두) 백신의 등장은 공중보건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한 가지 질병이 세계사를 바꾸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의학의 진보는 우연히 찾아온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 그리고 끊임없는 관찰과 기록, 실험과 토론의 결과입니다. 과거 의사들은 병의 원인을 모르고도 치료하려 애썼고, 의학자들은 해부학과 생리학의 세계로 들어가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려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의학적 지식의 확장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철학적 통찰이자 역사적 성찰이기도 합니다. 책을 통해 의학의 역사를
‘은중과 상연’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두 주인공의 이름이 주는 은율과 대조가 참 인상 깊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서로의 삶이 겹쳐지며 만들어낸 수많은 장면들,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난 복잡한 감정들… 어떨 때에는 갈등이었고, 어떤 순간에는 애틋한 사랑이었으며,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미움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그 모든 감정이 결국 한 자리에 모여, 더 깊고 고요한 감정으로 승화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진심, 그리고 삶이 우리에게 남겨주는 은은한 울림 말입니다. 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문득 저는 또 다른 두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당연’과 ‘감사’였습니다. 우리는 일상속에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아무 의심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 숨 쉬는 것, 걸을 수 있는 것, 따뜻한 밥을 먹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은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바람이기도 합니다. 당연함은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지만, 그 순간 속에는 종종 감사라는 감정이 조용히 뒤로 밀려나 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멈춰보거나 잃어보는 순간 비로소 깨닫습니다. ‘그 모든 것이 본래부터 주어진 것
지난번 ‘우리 모두는 배우이자 관객이다’ 칼럼에서 우리는 배우이면서 관객이기에 어떻게 인식할지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이 인식론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제대로 철학책 원서를 읽은 적도 없고 여기에 정통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나이가 들면서 이 부분에 관심이 많이 생깁니다.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은 마음과 몸이 하나가 아니고 다르며 마음에 해당하는 이성이 더 우월하며 몸에 해당하는 감정은 열등하다는 이분법의 시비(是非)적 관점입니다. 반면에 실존주의는 이 사상을 비판하면서 살아있는 개별적 인간의 주체적인 삶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게 모르게 삶에서 나의 주체성과 존엄성을 강조하는 실존적 사고보다는 어떤 현상에 대해서 옮고 그름, 즉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려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우선할 때가 많습니다. 이는 유교문화권인 동아시아 국가에서 더 두드러지며, 어떠한 일을 하고 싶은지 아닌가 보다는 그것이 옳은 일인가 아닌가를 더 따지게 됩니다. 특히 자본주의적 경쟁심리를 강하게 받아들이는 우리나라는 더더욱 비교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행위를 많이 하게 됩니다. 어렸을 적 초등학교부터 해야 될 일과 해야 되지 않을
고등학교 시절의 나는 하루 종일 공부만 하면 성적이 잘 나올 줄 알았다. 책상 앞에 앉아 문제집을 풀고, 스터디 플래너 속 계획들을 볼펜으로 그어가며 흔히 ‘순공시간’이라고 하는 숫자로 하루의 만족도를 평가했다. 성취의 기쁨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결과를 향한 조급함 속에 있었고,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질수록 나 자신에게는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스트레스와 걱정의 연속이었지만,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새 치과대학 입학식에 참석한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입학 후의 나는 또 다른 긴 여정을 앞두고 있었다. 이번에는 환자의 구강 건강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기 위한 여정이었다. 본과 진급 전, 모두가 잠시 쉬어가야 한다고 말하는 시기에도 나는 여전히 고등학교 시절의 습관을 놓지 못했다. 새내기였지만 마음의 여유는 없었고, 오랜 완벽주의가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일을 완벽히 해낸 것도 아니었고, 언제나 잡히지 않는 목표처럼 느껴졌다. 나는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오히려 지쳐갔다.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 소중한 시기를 조금 더 즐기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치과대학 생활은 언제나 잔잔하게 바쁘다. 실습, 강의, PBCL,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의 스포트라이트를 단숨에 독차지한 이벤트는 단연 앤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발표한 대규모 GPU 공급 소식이었다. 삼성, 현대, SK,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과 정부 기관에 GPU 26만 장을 공급한다는 이 발표는 단순한 기술 공급을 넘어, 대한민국이 AI 특급 열차에 올라탈 수 있는 결정적인 신호탄이다. 독일 한 해 GDP를 뛰어넘는 시가총액을 경신 중인 엔비디아의 GPU가 전 산업의 명운을 결정짓는 핵심 자원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초고령화, 한국성장 패턴의 한계, 국제 무역 질서의 변화 등으로 잠재 성장력이 약화된 한국에게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이며 AI의 파고는 우리 치과계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대규모 GPU 공급이 가져올 치과계의 혁신은 무엇일까? GPU(그래픽 처리 장치)는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구동하는 데 필수적인 핵심 엔진인데 이번 26만 장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공급은 국내 AI 기술 개발 속도와 깊이를 비약적으로 향상시켜, 치과 임상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진단 정확도와 효율성 극대화를 가져올 것이다. 초거대 AI 모델은 치과 방사선 사진(X-ray,
주말에 집밖으로 나서는데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에서는 저녁에야 비가 온다고 해서 부담없이 나섰는데, 우리 동네에는 맞지 않았다. 날씨예측은 슈퍼컴퓨터가 아니라 양자컴퓨터의 보급 시대가 오더라도 일기예보가 정확하게 맞기는 어려워지지 않을까? 도시들이 점점 커지니 이름은 같지만 실제로 커버해야 하는 지역은 넓어지고, 고층 빌딩이나 택지개발로 바람과 비구름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 지형이 바뀌어 가고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기대치 자체가 달라진 것 같다. 이전에는 그날 비가 오는 지만 알아도 하루 종일 대비를 하고 다녔을 텐데, 이제는 휴대폰 앱에서 시내버스 도착시간을 분 단위로 알려주듯, 너무 정확한 예보를 바라게 된 것 같다. 우산을 쓰기도 안쓰기도 애매한 가랑비지만 공기는 제법 쌀쌀했다. 이전 같으면 잠깐 이 정도는 괜찮다며 비를 맞으며 길을 나섰을 것이나, 감기 후유증으로 단단히 고생을 한 다음부터는 몸을 사리게 되었다. 귀찮아도 우산을 챙기기 위해 집으로 다시 올라갔다. 우리 집에는 우산이 아주 많이 있다. 수건도 그렇지만, 우산도 이곳저곳에서 기념품이나 사은품으로 받다 보면 어느 순간 너무 많아진다. 몇 개는 직접 산 것이지만, 심사숙고해서 고른 것은 아
저는 의료정보학을 전공한 치과의사이자 변호사로, 현재는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회사에서 일하며 자회사에서는 바이오텍과 메드텍 스타트업 투자를 겸하고 있습니다. 최근 초등학생 딸이 진로탐색 관련 학교 숙제로 “아빠는 직업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워 잠시 머뭇거렸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면, 제 정체성의 중심에는 여전히 ‘치과의사’라는 이름이 가장 깊이 남아 있습니다. 제 일상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로 가득합니다. ‘치과의사/변호사’라고 적힌 명함을 주고받고 나면 어김없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왜 치과의사를 그만두셨어요?” 하도 자주 받아서, 명함 한쪽에 간략한 설명을 인쇄해둘까 농담처럼 생각해본 적도 있습니다. 그만큼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뚜렷하고, 쉽게 다른 일과 구분되는 정체성을 가진 직업이라는 뜻이겠지요. 그 의아함의 밑바탕에는 결국 “치과의사는 편하게 돈 잘 번다”라는 통념이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는 제 아내,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외삼촌, 멀리는 지난달 제가 스케일링을 받은 송도 사무실 건물의 치과 원장님까지... 각양각색의 진료실을 지켜본 제 결론은 명확합니다. 치과의사는 결코 ‘편하게 돈 잘 버
•욕망(欲望/慾望):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 •욕심(欲心/慾心):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 •욕구(欲求/慾求): 무엇을 얻거나 무슨 일을 하고자 바라는 일. 흔히 ‘욕망’은 무한하다고 합니다. ‘욕심’, ‘욕구’도 무한하다고 하죠. 모두 ‘욕망’이라고 하겠습니다. 무한한 출세욕, 무한한 과시욕 등의 말들이 익숙합니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저도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 그런다고 하니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욕망과 욕심, 욕구가 결코 무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채워지거나 만족하는 순간 사라지고, 차서 넘치는 순간 부작용이 되기 때문입니다. •만족(滿足): 마음에 흡족함. 모자람이 없이 충분하고 넉넉함. •절제(節制): 정도에 넘지 아니하도록 알맞게 조절하여 제한함. •한계(限界): 사물이나 능력, 책임 따위가 실제 작용할 수 있는 범위. 또는 그런 범위를 나타내는 선. 다만 ‘절제’하지 못하는 것을 욕망이 무한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만족’하지 못하는 것을 욕심, 욕구가 무한하다고 보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욕망이 무한한 것이 아니라 다만 ‘절제’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최근 어떤 기사를 보니 마이크로소프트에서 AI로 대체될 수 있는 직업 상위 40개와 하위 40개를 발표했는데, 치과는 꽤 순위가 낮더라고요. 이전에 AI가 의사를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하셨던 것 같은데, 여전히 생각이 같으신지요? 치과의사는요? <익명>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연초까지만 해도 저는 “AI가 의사를 대체